이도희 기자 입력 : 2024.01.19 05:00 ㅣ 수정 : 2024.01.19 18:02
넥슨,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이용자 신뢰 추락 넷마블, 7분기 연속 적자 타개하기 위한 쇄신책 엔씨소프트, 실적 악화에 전문 경영인 체제 출범
[뉴스투데이=이도희 기자] 국내 게임업계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가 올해 1분기에 수장(首長)을 바꿔 실적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발판을 마련한다.
게임업계의 수장 교체는 예견됐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난 3년여간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되면서 게임 등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누리던 혜택이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고(高)금리와 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져 게임업계 경영이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인력을 감축하고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없애는 등 경영효율화에 나섰다.
3N의 오는 3월 수장 교체 움직임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실적 부진 등을 타파하기 위한 쇄신책 마련에 고민해온 이들 업체가 새 수장을 맞이해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넥슨, '쌍두마차' 체제로 게임 경쟁력 향상에 주력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해 11월 넥슨코리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강대현(42)넥슨코리아 COO(최고운영책임자)와 김정욱(55) 넥슨코리아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승진 내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두 내정자는 올해 3월 이사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1월 일본 본사 대표에 내정되면서 그 자리를 강대현 COO, 김정욱 CCO가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넥슨이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은 2009∼2010년 서민·강신철 공동대표 시절 이후 15년 만이다.
강대현 COO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넥슨 대표 게임 개발 총괄을 역임했고 김정욱 CCO는 대외업무,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이끌어왔다. 이에 따라 두 내정자는 각자 노하우를 살려 넥슨 게임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주력 IP(지적재산권)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 온라인' 매출이 계속 늘어나며 매 분기 높은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고 넥슨이 꽃길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 3일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넥슨에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속 장비 아이템에 최대 3개까지 붙는 '잠재능력'을 무작위로 재설정하는 데 쓰이는 강화 아이템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모델이다.
공정위는 넥슨이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지만 2010년 9월부터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캐시카우(Cash cow: 주 수익원) 큐브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신임 넥슨 공동대표는 큐브 판매 중단에 따른 새 수익원 발굴과 이용자 신뢰도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떠 안았다"고 설명했다.
강대현, 김정욱 공동대표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워 질 수밖에 없다.
■ 넷마블 신임 사령탑, 글로벌 확장 등 경영 혁신 내놓을 듯
7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넷마블은 최근 김병규(49) 부사장을 공동 대표로 승진 내정하고 오는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김병규 대표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권영식(55) 현재 대표와 김 대표의 2인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하게 된다. 도기욱 현 대표는 각자대표직을 내려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에 집중한다.
변호사 출신인 김 대표는 넷마블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아 '전략기획통(通)'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회사 경영전략 기획과 대외협력,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을 맡아온 그의 경력을 감안할 때 넥슨은 해해외 법인 관리를 강화해 글로벌 사업 영토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김 대표가 향후 주력해야 할 최대 관심사는 실적 개선"이라며 "넷마블은 신작 프로젝트의 연이은 흥행 실패 여파로 지난 2022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액은 873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인기를 얻어 매출이 늘어나 2023년 4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넷마블은 올해부터 실적이 본격적인 연간 흑자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법무뿐만 아니라 해외 계열사 관리와 전략 기획 등에 전문성을 지닌 김병규 신임 각자 대표가 넷마블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엔씨소프트, 가족경영 접고 '전문경영인' 체제 출범
3N 가운데 경영진 변화가 가장 큰 곳은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일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중심으로 한 주요 개발·사업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CBO 3명은 이성구 부사장, 백승욱 상무, 최문영 전무다. 이 부사장은 '리니지' IP 전반을 담당하고 있으며 백 상무는 '아이온2' 개발을 총괄하고 있고 최 전무는 '쓰론 앤 리버티(TL)'를 비롯한 신규 지식재산(IP)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또한 기획조정·법무 등을 담당하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도 사내에 공지했다. 아울러 법조계 출신 전문경영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가 공동대표로 영입됐다.
1997년 창사 이후 줄곧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온 엔씨소프트로서는 이번 경영진 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창업자 단독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공동대표 체제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실적이 심각할 정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씨소프트는 주력 게임 IP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부진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무려 89% 감소했다"며 "설상가상으로 엔씨소프트가 2020년 인공지능(AI) 기반 금융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리니지를 대체할 신작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대응에 적극 대처하고 미래 성장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다"라며 "선택과 집중에 기반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CEO(최고경영자) 중심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분야별로 권한과 성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인사로 그동안 가족경영을 이끌어온 윤송이 사장,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직에서 물러나 해외 사업 업무 확장에만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