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순익 기대에 ‘민생금융’ 변수...금융지주 실적 후퇴하나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1.16 08:17 ㅣ 수정 : 2024.01.16 08:17

4대 금융지주 순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수천억 원대 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영향
건전성 악화 대비 충당금 적립도 부정적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로고.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역대급 순이익이 점쳐졌던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에 ‘민생금융’ 변수가 떠올랐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캐시백(환급)에 수천억 원대 비용을 지출하면서 그룹사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손실 흡수 비용까지 겹치면서 금융지주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약 15조6700억원으로 전년(15조7312억원) 대비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컨센서스가 약 16조대까지 제시되는 등 역대 최대 기록이 예상됐지만 새해 들어 눈높이가 낮아졌다. 

 

이는 은행권의 ‘민생금융 지원방안’ 여파다. 은행권은 연초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차원에서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이자 캐시백을 예정하고 있는데, 각 은행별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캐시백 재원으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이자 캐시백 규모는 하나은행 2194억원, 우리은행 1885억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자 캐시백을 포함한 전체 민생금융 지원 규모만 공개했는데 각각 3721억원, 3067억원 수준이다.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지주 계열인 농협은행은 2148억원을 이자 캐시백에 책정했다. 

 

하나·농협·우리은행의 이자 캐시백 규모(6227억원)에 국민·신한은행까지 더할 경우 5대 시중은행이 지출하는 규모만 약 1조2000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2022년 순이익 합계인 13조586억원의 9.2%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은행권이 이자 캐시백 등 민생금융 비용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의 연결 실적을 산정하는 금융지주 순이익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순이익 중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90% 수준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3년 4분기는 (기존 예상됐던 이슈에 더해) 상생금융이라는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면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할 전망”이라며 “대부분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전분기 대비 약 2~8bp(1bp=0.01%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라는 점도 실적에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민생금융 비용은 각 은행 순이익이 10%로, 거의 한 달치 영업을 못 하는 수준”이라며 “재무상으로 봤을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은행 뿐 아니라 보험과 카드 등 금융지주 내 비(非)은행 계열사의 민생금융 동참이 이어질 경우 추가 실적 하락 가능성을 제기한다. 보험 가입 수요 감소와 카드 수요 둔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 비용 부담마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잠재 불확실성도 금융지주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금융사는 자산 건전성 악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모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3분기 쌓은 충당금 합계는 5조54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가까이(94.1%) 가까이 증가했다. 연체율 상승과 고정이하여신(NPL) 증가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주문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요즘은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여신 부문에 대한 충당금을 많이 쌓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쌓았던 충당금 규모와 흐름이 있기 때문에 큰 폭 줄일 가능성은 없다. 은행이 손실에 대비하는 건 사업 특성상 숙명”이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