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진흙탕 된 ‘남매 전쟁’…브랜드 이미지 타격 ‘모르쇠’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식품 제조와 급식 유통 업체인 아워홈에서 이른바 '남매 전쟁'이 재발했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아워홈 오너 일가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인데, 이들은 남매이면서도 8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업계는 잇단 오너 일가 소송 소식에 신뢰성을 구축해야 한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11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와 구명진 사내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고소했다.
지난 2022년 말 아워홈의 자본금은 114억1000만원으로, 고(故) 구자학 창업주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880만주(38.56%) 소유해 그룹의 최대 주주다. 이어 오너가(家) 장녀인 구미현 씨가 440만주(19.28%), 차녀 구명진 사내이사가 447만주(19.6%), 막내딸인 구지은 대표이사가 471만주(20.67%)를 소유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이사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는 상황에서 이사인 주주는 특별 이해관계가 있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2023년 주주총회 당시 아워홈의 최대 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리인이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구지은 대표이사이자 주주가 이를 묵살했다는 게 구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즉 구지은 대표이사가 의결권 제한 없이 이사 보수 한도를 150억원으로 하는 안건을 가결한 것은 명백한 위법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구 전 부회장은 "구지은 대표이사는 자신이 취임하기 전에는 구본성 대표이사의 이사 보수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를 문제 삼아 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는데,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기 시작하자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 보수한도 승인결의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구지은 대표이사와 구명진 사내이사가 이를 통해 거액의 이사 보수를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에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의 주장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아워홈은 입장문을 통해 "창사 이래 이사 전원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결의에 있어, 이사인 주주가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결의해 왔다"며 "이는 구 전 부회장 재직 시절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전 부회장이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이사 보수 한도를 초과해서 보수를 수령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경영진의 보수 실수령 규모는 전 경영진보다 낮고 이사회 규정에서 정한 개별 보수 한도를 초과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워홈이 "구 전 부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 공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 이에 따른 나름의 조치로 고소 사실을 알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해, 이들의 법정 공방은 진흙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오너 일가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선 2016년 구지은 대표이사가 경영에 참여하며 이들의 분쟁이 시작됐고, 2020년 구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며 실형을 선고받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받자, 세 자매는 정기 주주 총회에서 오빠를 밀어냈다. 이어 아워홈이 구 전 부회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해 공방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2년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8년 전부터 지속 이어온 남매간 갈등이 재점화돼 사회에 또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면서, 업계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워홈의 제품과 식품 유통 서비스를 신뢰하기 어려워지지 않겠냐고 관망하고 있다.
그간 아워홈은 점진적인 수익 성장을 이뤄왔다. 매출의 경우 지난 2020년 1조6253억원에서 2021년 1조 7408억원, 2022년 1조 8354억원까지 올랐다. 영업이익도 2020년 93억원 적자에서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해 257억원까지 올린 뒤 2022년 537억원까지 신장했다.
잊을만하면 시작되는 '남매 전'에 아워홈과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신뢰성을 회복할 소비자 마케팅 대책에 대해 사업과 소송을 별개로 봐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으나 계속 일어나 유감"이라면서도 "소비자 대상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은 최고로 제공하려 하고 있으니 소송과 아워홈의 사업은 별개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과 관련해 "전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아직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이사도 고소를 받아 법무팀과 대응해 가고 있다"고 일축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당 고소는 구 전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서 건전한 경영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아워홈의 사업과 브랜드 이미지에는 부정적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전 부회장이 고소한 대상은 아워홈 사업체가 아닌, 구지은·구명진 두 동생이라 개인적인 주주 소송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소비자 소통과 그룹 이미지 쇄신을 위한 전략은 전무하다.
구지은 대표이사가 새로운 사업 성장 동력을 찾아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직접 참여하는 등 B2C사업을 위해 해외 순항 중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워홈 일가가 소송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