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적자 지속에 부동산PF 리스크까지 부실 우려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12.05 08:25 ㅣ 수정 : 2023.12.05 08:25

저축은행업계 3분기 누적 1413억원의 순손실…상반기 이어 적자 행진
상위 5개사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OK저축銀 9.07%로 가장 높아
부동산 PF發 건전성 악화 본격화 전망…'저축은행 사태' 재발 우려도
업계 "관리 가능한 수준"...금융당국 관리에 업권서도 신중히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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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 상반기 순익이 9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업계 상위 5개사의 부동산PF 연체율은 1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저축은행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9월말 부동산PF 연체율은 평균 6.9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4%와 비교해 4.52%포인트(p) 급증한 수치다.

 

각 사별로는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OK저축은행의 9월 말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9.07%로 전년 동기 3.64%와 비교해 5.43%p 상승했다. OK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 신용공여한도 2조4331억원 중 1조310억원(42.3%)의 대출을 내줬으며 연체액은 935억원이다.

 

SBI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시기 기준 6.21%로 전년 동기 0.2%에서 6.01%p 올랐다. SBI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취급액은 이들 5개사 가운데 가장 적은 1098억원으로 신용공여한도 2조5801억원의 4.3%에 불과하다. 연체액 역시 68억원으로 가장 적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6.7%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을 보였다. 이는 전년 동기 1.85%에 비해 4.85%p 상승한 수치다. 신용공여한도 1조3978억원 가운데 8589억원(61.4%)의 대출을 내줬으며 연체액은 576억원이다.

 

웰컴저축은행은 4.42%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을 기록했다. 이는 이들 5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이나 전년 동기 0.02%와 비교하면 4.4%p 올랐다. 웰컴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 한도 1조255억원 중 5815억원(56.7%)의 대출을 취급했며 연체액은 257억원이다.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PF 언체율은 4.93%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는 0%였으나 상승한 것이다. 8729억원의 한도금액 중 신용공여액은 2495억원(28.6%)이며 연체액은 123억원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로 부동산PF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PF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10월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을 위한 펀드'를 출시했다. 펀드 자금은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PF 연체율이 악화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실적은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상반기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 전환한 바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이하 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3분기 누적 14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예대금리차 축소가 지속되면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6.0%였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3분기 4.9%로 1.1%p 축소됐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저축은행업계가 조달비용과 건전성 부담으로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4 금융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저축은행은 조달비용이 금증하며 예대금리차가 축소됐고 가계신용대출과 부동산금융 부문 대손비용이 증가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내년에도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과 부동산금융 부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에 따라 기업대출 중심의 외형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 만기연장 확대 및 본PF 전환이 지연되면서 부실사업장 경매‧공매 유찰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부동산 PF로 인한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되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는 아직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주된 원인이 부동산 PF였던 만큼 금융당국에서도 면밀히 관리하고 있고, 업권 전반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연체율 수준은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들의 경우 충분한 대손충당금적립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해 경영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다"면서 "부동산 PF 대출은 저축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익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축소로 저축은행의 순익 규모가 급감한 가운데 부동산PF 연체율이 오르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업권 전반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리스크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실적이 감소하는 가운데 대손비용이 확대되는 점은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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