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둔 대형 보험사 CEO, 연임 전망은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의 실적 변동이 큰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의 연임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기환 KB손보 대표의 임기가 올해 연말 만료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취임 이후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손보는 KB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KB손보는 올해 3분기 680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8% 감소한 수치이나 지난해 사옥 매각 차익 1570억원과 올해 계리적 가정 변경 손상금액 520억원 등을 감안하면 34.9% 증가했다. 특히 김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되던 2022년에는 5815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2861억원과 비교해 103.3% 성장하기도 했다.
다만 KB금융의 수장이 양종희 회장으로 바뀐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9년간 KB금융을 이끌었던 윤종규 전 회장의 후임이다. KB손보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양 회장이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큰 만큼 보험계열사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김 대표는 통상 지주 계열사 CEO의 임기인 '2+1' 임기를 모두 채워 양 회장이 CEO를 교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점도 변수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20일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가 메리츠화재 대표에서 물러나고 지주 대표만 맡게 되면서 40대 중반의 업계 최연소 CEO 김중현 대표를 내정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이달 23일 변재상 대표이사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김재식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생명은 김재식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김 대표는 1967년생으로, 그룹을 젊은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의지가 변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의 CEO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가운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의 거취도 주목된다. 홍 대표는 삼성생명 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12월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 12월 삼성화재 CEO로 선임됐다.
홍 대표 역시 실적 면에서는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조14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홍 대표 취임 이전인 2020년 7666억원과 비교해 49%나 성장했다. 올해에는 3분기 누적 1조643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다만 삼성금융계열사들이 삼성그룹의 '뉴삼성' 기조에 따라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삼성금융그룹은 올해 40대 리더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홍 대표는 1964년생으로 임기 만료 시점에 60대에 접어들게 돼 삼성그룹의 '60세룰' 원칙이 적용된다면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홍 대표 임기 만료까지는 4개월이 남았으나 삼성그룹 계열사 인사가 12월초에 이뤄지는 만큼 홍 대표의 거취는 내달 초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취임한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DB손보는 올해 초 김정남 부회장과 정 대표 투톱 체제로 경영을 이어오다 3월 김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며 정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정 대표는 무난히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으나 IFRS17 하에서 중요한 수익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이 12조600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의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편 대표는 2021년 3월부터 신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교보생명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과 윤열현 전 대표까지 3인 체제였으나 지난해 윤 전 대표가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2인 체제로 전환된 만큼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주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연임을 통해 안정성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대교체 바람과 교보생명의 지배구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2년 전부터 1970년대생을 중심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다. 편 대표는 1961년생으로 교체 가능성이 있다. 또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2대 주주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보험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어 연임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형사들의 경우 새 회계제도 도입, 고금리 기조 등 환경 변화 속에서도 호실적을 끌어낸 만큼 실적 면에서는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주나 모기업의 인사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세대교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 연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