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HJ중공업, 유상철·홍문기 쌍두마차로 '신조선 수주 점유율·친환경 선박 역량' 잡았다
韓 조선업계 총 수주 물량 감소했지만 HJ중공업 수주 역량 흔들리지 않아
메탄 추진선·LNG벙커링선 등 친환경 시대 맞아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 조선업계 효시인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더욱 향상된 선박 수주 역량, 야드(선박 건조 설비) 확장, 친환경 선박 기술력으로 명실상부한 중형조선사 입지를 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드오션이 된 조선업계에서 명맥을 유지하려면 수주 역량 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덩치'를 갖춰야 한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 규모와 기술 역량이 세계 최정상 수준이기 때문에 HJ중공업이 이들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야드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야 신(新)조선 수주도 훨씬 쉬워진다.
지난 2021년 9월 동부건설 품에 안긴 HJ중공업은 이러한 업계 상황에 따라 설비 확장을 신중하게 추진했으며 이와 함께 친환경 선박 기술력 확보와 관련 선종(선박 종류)에 대한 수주를 추진해왔다.
특히 HJ중공업은 조선 사업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말 유상철(59·사진)부사장을 조선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기존 홍문기(61·사진) 대표이사는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유상철 대표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 리딩투자증권 IB본부장, 동부건설 미래전략실장, WIK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이 같은 경력을 기반으로 유 대표는 조선 부문 흑자전환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J중공업 조선 부문은 아직까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지난해 조선 부문 매출은 3202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계 매출액이 429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액을 뛰어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HJ중공업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조선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선박 건조 규모를 크게 늘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 동부건설에 인수된 후 수주 점유율 두각 드러내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지난 2021년 20만9000t(총 톤수, GT) 규모 신조선을 수주해 그 해 한국에 발주된 물량 3277만4000t 가운데 ‘0.6%’의 물량을 확보했다.
2021년 4분기 동부건설의 한진중공업(HJ) 인수가 마무리 된 후 HJ중공업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HJ중공업은 2022년 25만2000t 규모 신조선을 수주해 그 해 한국에 발주된 물량 2456만1000t 가운데 ‘1.0%’의 물량을 수주 했다. 이후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9만t 규모를 수주해 한국에 발주된 물량 1289만8000t 가운데 ‘1.5%’를 거머쥐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한국 조선업계가 해마다 수주하는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HJ중공업 수주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선사들이 HJ중공업 건조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2021년 9월 동부건설의 HJ중공업 인수합병(M&A)후 홍문기 동부엔지니어링 대표가 HJ중공업 대표로 선임되면서 HJ중공업 수주 전략이 일부 바뀐 점도 수주 역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J중공업은 그동안 공공분야 중심의 선박 수주에 집중해왔지만 홍문기 대표 취임 후 특수목적선 수주와 상선 수주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이러한 경영 전략에 힘입어 HJ중공업은 2021년 말 기준 수주잔고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2000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신조선 수주 역량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 규모의 확대와 친환경 기술력 확보 모두 추진해 성장 가속페달
HJ중공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설비 확장과 함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꾸준히 확보해야 한다. 조선업계는 '규모의 경제' 법칙이 통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HJ중공업 조선 사업장이 있는 부산 영도조선소에는 더 이상 야드를 확장할 만한 공간이 없는 게 문제였다.
이에 따라 HJ중공업은 경남 거제시 연초면에 선박블록을 제작하는 전문 공장을 세웠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거제 공장에는 상선에 대한 블록 조립과 도장 공정을 하고 해상을 통해 블록을 영도조선소로 이동시킨 후 최종 조립을 진행해 선박을 건조하는 형태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HD한국조선해양 등 규모가 큰 조선소에서 이와 같은 블록 공장 시스템이 운영 중”이라며 “HJ중공업이 이 시스템을 구축해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조선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근 새로운 친환경 선박으로 등장한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한 점도 HJ중공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HJ중공업은 올해 초 HMM(옛 현대상선)으로부터 9000TEU 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 1 TEU는 길이 6미터 컨테이너 한 개를 뜻한다.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사용하면 기존 선박 연료 벙커C유와 비교해 질소산화물(NOx)는 80%, 황산화물(SOx)는 99%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메탄올 추진 선박은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기준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해 건조하는 업체는 한국에서 가장 큰 설비를 갖춘 HD한국조선해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형조선사 HJ중공업이 메탄올 추진선 수주를 성사시킨 것은 친환경 선박 경쟁이 치열해져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HJ중공업이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7500㎥급 액화천연가스(LNG)벙커링선을 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메탄올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지만 LNG에 대한 수요도 탄탄하다.
일반적으로 선사들은 새로운 선종에 대한 발주를 서두르지 않는다. 수 십 년 동안 검증된 선박을 발주하고 이를 인도 받은 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능성을 계산해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J중공업은 안정적으로 LNG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NG벙커링선 개발을 마친 셈이다.
LNG 추진 선박은 보통 육상 LNG 저장탱크를 통해 연료를 공급받는다. 그러나 LNG 벙커링선을 이용하면 접안 없이 해상에서 직접 LNG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LNG 벙커링선을 '바다 위에 떠다니는 주유소'로 부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의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친환경에너지를 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탄소제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친환경 선박 건조를 통해 선박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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