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SMR(소형 모듈형 첨단 원자로) 프로젝트 좌절, 향후 행방은?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소형 모듈형 첨단 원자로(SMR: Small Modular nuclear Reactor)란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고 1기당 1GW 이상의 거대한 발전용량인 기존의 원전과는 달리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되어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는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이다.
SMR은 기존 원전에 비해 규모가 작아 발전량의 조절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부지 소요 면적도 작을 뿐만 아니라 초기 프로젝트 투자비용도 적으며 공기도 단축할 수 있어서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SMR은 산업용 열병합 발전, 해수 담수화를 통한 수소 생산 및 외딴 도서 지역 개발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 NuScale, 유타주 전력회사와 SMR 프로젝트 취소 합의
그런데 미국 최초로 유타주에 추진 중이었던 NuScale사의 SMR 프로젝트가 지난 11월 8일 취소되었다.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획득하여 미국 서부의 약 50개 지자체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UAMPS(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와 합의 하에 건설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이는 당초 UAMPS와 NuScale이 체결한 계약 내용 가운데 2023년 말까지 설비용량 대비 80%(370MW)의 구매 약정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지자체들이 지불한 비용의 전액 환급과 사업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유보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NuScale이 지불해야 하는 해지 수수료는 498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22년 11월 12달러 수준이었던 NuScale의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계약 취소가 알려진 다음 2달러대로 폭락하였다.
NuScale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4억달러의 비용분담금을 약속받아 이 가운데 2억3200만달러를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프로젝트 취소 이유는 치솟는 비용 때문
아직 상업성 여부가 불투명한 NuScale의 SMR은 그동안에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즉 2003년 35MW급 설계를 완성했지만 설계 변경을 반복해왔는데 2009년 40MW, 2010년 45MW, 2016년 50MW, 2018년 60MW로 계속 확대한 데 이어 2020년에는 77MW로 다섯 차례에 걸쳐 설계를 변경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용량 증가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2022년 실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인플레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여 77MW급 6기의 총건설비용은 약 93억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1GW급 원전으로 환산하면 약 201억달러로서 최근 완공된 보글(Vogtle) 원전의 144억달러보다 40.3%나 높은 수준이다.
한편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컨설팅 기업인 Lazard가 지난 4월 발표한 전원별 균등화발전원가(LCOE: 전력 생산의 준비에서 생산 이후 단계까지 모든 비용을 감안해 책정된 단위 전력량당 발전비용)에 따르면 보조금이 없다는 전제하에 각각 1MWh당 풍력 50달러, 태양광 60달러 및 가스복합발전 70달러 등으로 대부분 재생에너지는 NuScale의 119달러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 전세계에 약 70개 이상의 SMR 기술 개발 중이며 미국 에너지부도 관심 유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많은 국가에서 70개 이상의 SMR 기술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스타트업인 NuScale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이다.
<주요 방식 및 국가별 SMR 기술 현황>
또한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CC)의 Linglong One이 2021년 착공되어 2026년 가동될 예정이다. Linglong One의 연간 발전량은 약 1TWh로 52만6천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타주에서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NuScale의 사업 추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첨단 데이터 처리 회사에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Standard Power는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에서 개발 예정인 두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NuScale의 SMR 기술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NuScale은 북미 최대 전기로 제강기업인 Nucor의 제강로에 기저부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SMR을 모색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또한 Nucor가 NuScale의 기술을 넷제로(Net-zero) 철강 제품인 Econiq을 공급하기 위한 제조 파트너십 체결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첨단 원전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하여 SMR의 중요성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금년 38억7천만원이 할당되었던 SMR 관련 내년 R&D 예산을 6.6배 대폭 늘려 332억8천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렇듯 아직 실증 과정에 있는 SMR은 스케일 업을 통한 양산의 검증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 중립을 향한 글로벌 도정에서 중요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