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관 수요예측 흥행 부진 전망…공모가 '3만원' 유력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조단위' 대어로 주목받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최종 공모가도 희망밴드 하단 미만인 3만원에 확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6일 IB(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상당수 기관이 참여하지 않거나, 공모가를 3만원 이하로 적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관투자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이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한 양상"이라며 "대부분의 기관 참여자들이 실수요 위주로만 써서 높은 공모가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예측 참여 과정에서 3만원을 작성하거나 그 미만을 작성한 기관 참여자도 많았던 만큼, 공모가는 3만원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일부 기관은 그 전후로 가격을 고민하다가 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대 1은 겨우 맞출 수도 있겠으나, 분위기 상 200대 1을 웃돌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2017년 설립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양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전구체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에코프로며, 상장 전 기준 지분 53.95%를 보유 중이다.
이번 공모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공모주 1447만6000주를 전량 신주 발행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6200~4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밴드 기준 공모금액은 5240억~6369억원이고, 예상 시가총액은 2조5746억~3조1294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모가가 3만원으로 정해질 경우 예상 공모액은 약 4343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2조1340억원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고금리 환경과 중동 지정학적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하며 이차전지 종목들에 대한 투심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비교기업 선정 과정에서 전구체 대신 양극재 기업을 선정하면서 높은 멀티플(기업가치 배수)을 적용받으려 한 것이 아니냐며 공모가 '고평가' 의혹을 받기도 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국내 비교기업으로 △포스코퓨처엠(003670) △엘앤에프(066970) △코스모신소재(005070) 3곳과 중국 전구체 업체 CNGR을 선정한 바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산정에 비교 대상군으로 포함된 종목은 양극재 업체로 기업가치가 높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양극재 업체를 적용한 공모가는 고평가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차전지 소부장 대어급 IPO 매물이었던 더블유씨피(393890)도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끝에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바 있다.
당시 더블유씨피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8만~10만원이었는데, 최종 공모가는 최대 40%까지 할인한 6만원으로 확정하면서 상장을 강행하기도 했다.
한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7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달 8~9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