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소송'에 갈길 먼 실손청구 간소화…중개기관 선정 '줄다리기'
의협, 실손청구 간소화법 위헌소송 준비…법안 무효화 나서
비급여 통제 등 우려에 심평원‧보험개발원 중개기관 선정 반대
법안 시행 1년 앞두고 논의 지연…제도 도입 지연될 수도
보험업계 "중개기관 선정 논의서 유리한 고지 점하려는 전략"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의료계가 위헌소송을 준비하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해 위헌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중개기관 대안 마련도 진행하고 있다.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 병원 또는 약국이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전달하도록 한다. 현재는 환자가 직접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실손청구 간소화 제도가 마련되면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수월해진다.
지난달 24일 공포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병상 30개 미만 의원과 약국은 2년 후 시행된다. 법안에 따라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
다만 진료내역 전송을 담당할 중개기관 선정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은 중개기관 선정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했다. 정부와 금융위원회, 의료계, 보험협회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중개기관 선정을 위해 논의에 나설 계획이나 의료계가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해 위헌소송을 준비하면서 논의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개기관으로 논의되고 있는 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개발원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 등 공공기관이 아닌 핀테크 업체 등 민간 영역에서 중개를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의 경우 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고, 보험개발원의 경우 보험료율을 정하고 보험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당국과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심평원을 중개기관으로 하는데 거부하는 이유로 비급여 항목 통제를 꼽고 있다. 병‧의원의 주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비급여 부분을 심평원이 확인할 수 있어 정부가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업계에서는 의협의 위헌소송 추진이 중개기관 선정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은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될 당시에도 의료계 단체들과 위헌소송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이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계약에 강제로 개입하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을 주장하고 있다. 법 자체에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논의에도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고, 중개기관 대안 마련도 논의 중"이라면서 "아직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협 측에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의 어느 조항이 위헌인지를 밝힌 바가 없다"면서 "중개기관 선정 협상의 카드로 이용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법안 통과 직후 국정감사가 시작됐고, 이제 막 마무리된 만큼 곧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 논의 시작까지도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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