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2,3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과 8월 한때 2,700고지를 넘보기도 했던 터라,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26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64.09포인트(2.71%) 하락한 2,299.08에 마쳤다. 2,300선 하회는 지난 1월 6일(종가 2,289.97)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코스피 전체 933종목 중 이날 836종목(89.6%)이 전일 대비 내려갔다. 외국인도 4790억원을 던지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도 26.99포인트(3.50%) 내린 743.85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국채 수익률 급증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에 힘을 잃은 모습이다. 여기에 연초부터 장을 주도하던 이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했고,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며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그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도 10원 넘게 올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높아진 것이 시장 약세 압력의 가장 큰 이유고 추가로 국내 신용 사용이 제한된 부분이 있어서 신용을 못 쓰는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에 대규모 심야 공격을 가하는 등 지상전으로 치닫는 중동 정세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최대 빅테크 기업인 구글 실적 부진으로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전일 9% 이상 급락한 것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도체주와 이차전지주들의 직격탄이 됐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인 반도체와 이차전지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날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전일 1.91% 밀리며 6만6700원에 장을 닫았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면서 반도체 업황 반등론이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주가는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며 기댈 곳이 없어졌다.
SK하이닉스(000660)는 3분기 실적에서 1조8000억원 적자를 낸 점이 그대로 주가에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전일 무려 5.88%나 급락했다.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도 각각 10.00%와 6.29% 크게 하락했다.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은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반도체 섹터도 업황 반등을 기대했지만 실망감이 커지며 외국인이 떠나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 압력이 3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력 업종의 주가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영풍제지(006740) 하한가 사태 등으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고 신용거래가 위축된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가조작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와 대양금속(009190)이 거래를 재개했으나, 거래 시작 직후 예상대로 둘 다 하한가로 직행했다.
영풍제지의 경우 미수금이 5000억원에 달하고 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규모도 작지 않아 반대매매에 따른 하한가 악순환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투자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고도 봤다. 악재에 더 민감해지고 있고, 단기간 내 대외 변수들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바닥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고금리 기조가 연말 혹은 내년까지 이어질 상황에서, 실적 전망이 연말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도 악재라고 평가했다. 현재 주가에 부합할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긴축 우려가 해소되거나 중동 전쟁이 마무리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겠지만, 올해 말까지는 증시 반등을 위한 요소가 많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문가는 코스피 2,100선까지 내려갔던 지난해 9월의 패닉셀링(투매)이 떠오를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증시에서 분위기에 휩쓸린 매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전쟁 같은 글로벌 리스크는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다"며 "통상 투매 시기가 매수의 기회로, 반등이 조금 늦게 오더라도 매수를 고민해야 할 때지 최소한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달 2일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를 현 수준인 연 5.50%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97.1%로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