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왜 가야하나” 산업은행 노사 대립···연내 이전 어려울 듯
강석훈 회장 취임 후 산업은행 이전 준비 본격화
행정절차 마무리됐지만 조직 설득·법안 개정 남아
산업은행 노사 유의미한 대화나 타협 없이 대립만
노조, 법안 개정 저지 나설 듯···연내 이전 어려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노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노동조합(노조)은 줄곧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직 설득과 법안 개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지만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를 연내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사는 강석훈 현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6월 이후 부산 이전 문제와 관련해 유의미한 대화나 타협을 진행하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다. 이미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 절차를 밟고 있는데, 노조는 ‘백지화’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현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겨 지역 특화 산업군에 대한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대표 국책은행 이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현재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됐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 이전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게재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전체 기능을 이전해야 온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을 채택했다. 이는 여의도에 최소 인력인 100여명만 두고 전부 부산으로 이동하는 안이다.
이로써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사실상 ‘8부 능선’을 넘었지만 내부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부산 이전이 국책은행 기능 약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최근 임직원의 98.5%가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도 공개했다.
강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조와) 대화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면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사 대화 부재를 인정했다.
특히 ‘왜 꼭 부산이어야 하나’를 두고 공방이 이어진다. 강 회장은 “동남권 지역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노조는 “산업은행의 역할은 특정 지역 특혜가 아닌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이라며 “강 회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자체가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산업은행법 제4조 개정도 필요하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국회에 법 개정을 설득하고 있는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여부가 불투명하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모든 준비가 완료되는 만큼, 산업은행 노조는 야당과 연대해 저지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명분과 사회적 합의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 설득과 법안 개정의 물리적 시간을 고려했을 때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가 올해 안에 매듭지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산 이전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산업은행 인력 유출도 심화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중순까지 퇴사자는 141명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부산 이전시 경제적 파급 효과의 78%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국책은행의 역할이냐”며 “허울 뿐인 본점 이전이 아닌 국가균형발전기금 신설과 전국의 산업은행 지역본부 역할 강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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