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권태욱 부국장] 수년간 대기업을 이끌던 회장과 대표이사 등이 물러나고 창업주 3·4세대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3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용퇴를 결정했다. 후임 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맡아 그룹을 이끌게 됐다.
GS건설이 오너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GS건설은 지난 20일 허윤홍 미래혁신대표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사장이 신임 CEO로 오르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GS건설은 허윤홍 사장이 대표에 오르면 10년 만에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경영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로써 GS건설은 10대 건설사 가운데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참여한 유일한 업체가 됐다. 허 사장의 등판은 올 들어 잇달아 발생한 아파트 시공 사고에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40대 젊은 경영인의 등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부실시공 책임과 재시공에 따른 비용, 경영능력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사면초가에 놓여 있어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GS건설은 단지 재시공에 따른 비용 부담, 보상안 관련 인천 검단 아파트 입주민들과 겪고 있는 마찰, 사업을 발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책임분배 등의 문제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8개월, 2개월의 영업정지 공문까지 받았다. 한마디로 회사가 사면초가에 처한 것이다.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리더가 필요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허 사장은 폭넓은 경영수업을 받은 점도 장점이다. 허 사장은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사원 기간을 거쳐,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등 다양한 사업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아왔다. 본사뿐 아니라 주택, 인프라, 해외플랜트 등 국내외 현장 경험을 갖춘 허 사장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았다. 해외시장개발, 수처리사업, 모듈러사업 등 미래 전략사업 발굴 및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온 결과 지난해 신사업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창업자의 후광을 등에 업은 4세 경영자들을 보는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런 시선을 불식하는 길은 오직 실적을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품질·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건설 현장을 직접 챙기는 적극적인 현장경영 활동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인해 무너진 GS건설과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EO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겸손한 자세와 뛰어난 자질로 회사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면 소비자와의 신뢰는 다시 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