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0.23 07:27 ㅣ 수정 : 2023.10.23 07:27
국회 정무위, 27일 종합감사 끝으로 국정감사 마무리 대규모 횡령·부당 이득 등 금융사고 관련 질타 이어져 내부통제 강화 요구에 ‘금융판 중대재해법’ 입법 주목 당국·여야 큰 이견 없지만 정치 현안에 입법 미뤄지나 은행들은 최고경영자 처벌 조항 경계···“고민 필요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를 질타한 국회가 이후 ‘책임 강화법’ 입법에 나설지 주목된다. 그동안 은행들의 자체적인 재발 방지 노력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 의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에 따르면 오는 27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대상 금융 분야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는 마무리된다. 마지막 자리에서는 올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각종 현안 진단과 향후 계획 등을 종합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화두로 떠오른 건 은행권 금융사고다. 경남은행의 2988억원대 횡령을 시작으로 대구은행의 불법 증권계좌 개설, 국민은행의 미공개 정보 활용 부당 이득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잇따른 걸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금융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내부통제 부실이 지목되면서 정무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장에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경남·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관심은 국정감사 종료 이후 국회의 추가 조치 여부다. 은행들의 재발 방지 약속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는 만큼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계류 중인 ‘규제·처벌 강화’ 입법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11일 대표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최고경영자(CEO)와 각 임원에 내부통제 의무를 부여하는 걸 골자로 한다.
또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도 법안 내용에 포함됐다. 이 개정안대로라면 그동안 금융사고 발생 시에도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대표이사 역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 이 법이 ‘금융판 중대재해법’이라 불리는 이유다.
특히 이 법안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이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으나, 의원 입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정 합심으로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올 1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도 금융사 대표이사 등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사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당국 뿐 아니라 여야도 은행들의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만큼 입법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융사고 방지로 고객 피해를 줄이고, 땅에 떨어진 신뢰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문제는 물리적 시간이다. 21대 국회는 내년 5월 29일까지지만 여러 정치 현안을 고려했을 때 내부통제 강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11월을 소득 없이 넘길 경우 12월은 내년 예산안 처리가 기다리고,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총선(4월) 준비로 법안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여기에 내부통제 강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은행들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은행들은 최고경영자 처벌에 대해선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책임 범위를 너무 넓힐 경우 경영 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고에 대해선 비판과 개선이 필요하지만 꼭 모든 금융사에 일률적으로 책임이나 징계 범위를 넓히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며 “속도에 쫓기기 보다는 조금 더 선진화된 방안이 담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