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 전망에도 웃지 못하는 은행···연말 건전성 주의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올 연말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 하락세가 멈출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출 자산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손실 흡수 비용은 불확실성으로 지목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6월 기준 1.59~1.85%로 전년 말(1.67~1.73%) 대비 하단이 하락했다. NIM은 은행의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해당 기간 NIM을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만 1.73%에서 1.83%로 올랐고 △신한은행 1.67%→1.64% △하나은행 1.74%→1.61% △우리은행 1.68%→1.59% 등은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올 상반기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가 등에선 올 4분기 중 은행권 NIM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지난해 말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올 연말 재산정(리프라이싱)되는 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정기예금 금리가 고점이었기에 올 4분기에는 정기예금이 리프라이싱되면서 오히려 잔액 기준 조달 비용률이 하락한다”며 “자금 조달 니즈 감소와 예대 리프라이싱 효과가 나타나면서 NIM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올 3분기 은행 평균 NIM 하락 폭은 1~2bp(1bp=0.01%포인트) 내외에 그칠 전망”이라며 “은행 전체적으로 4분기에는 분기 NIM 하락 추세가 멈추면서 올해 연간 상승폭은 약 3~4bp 정도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익의 근간이 되는 대출 자산은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출금리 역시 오르고 있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상승한 채권금리 상승에 국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확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8월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45%포인트(p)로 전월(1.43%p)보다 0.02%p 올랐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수치로, 숫자가 클수록 은행의 마진이 많이 남는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기업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해지고 있는 만큼 잠재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방파제’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0.27%로 전년 말(0.20%) 대비 0.07%p 상승했다.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 평균도 올 6월 기준 0.23%를 기록했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충당금 적립에 나서는데, 모두 비용으로 처리된다. 규모가 커질수록 최종 순이익이 감소한다. 수익성 제고로 영업이익을 늘려놔도 건전성 관리가 안 되면 순이익 증대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도 올 연말 실적의 가장 큰 변수로 충당금을 지목한다. 선제적으로 쌓은 충당금 규모에 따라 은행간 실적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은 2조17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8%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충당금은 부실 가능성이 있는 대출 자산을 선별한 뒤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정하고, 나중에 리스크가 해소되면 환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손해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코로나 금융 지원 종료나 대출금리 상승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보수적 산정을 유지하면서 적정 규모를 계속 적립해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