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현장] 샤니 대표 출석한 환노위 국감은 '호통 국감'...민주당 의원들, 안전 대책 청취보다 그룹 총수 출석 요구에 열중
박진영 기자 입력 : 2023.10.13 17:16 ㅣ 수정 : 2023.10.14 08:05
SPC=안전사고 예방 위해 3년간 1000억 투자 계획, 지난 9월까지 325억원 집행 완료 민주당 의원들, 이강섭 대표의 답변을 청취하기보다는 질책하며 공격하는 데 역점 둬 임이자 의원의 궁여지책=오는 18일까지 안전사고 개선 계획 자료의 의원실 제출 요구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SPC 계열사인 샤니의 이강섭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 지난 12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에서는 또 다시 '구태 국감'이 연출됐다. 이강섭 대표는 이날 올해 발생한 샤니 공장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경영 시스템 강화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정책 질의와 이 대표의 구체적 답변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답변을 이끌어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강하게 압박하면서 SPC 허영인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세우겠다는 정치공세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평택에 위치한 SPC 계열사 SPL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상반신이 끼어 숨진 사고가 벌어졌다. 이후 허영인 SPC 회장은 공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3년 간 1000억원을 투자, 안전 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12일 국감에 따르면 이후 SPC는 현재까지 300여원을 투자해 안전설비를 구축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안전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PC의 안전사고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SPC 샤니 성남 공장에서 동료 B씨의 실수로 배가 반죽 기계에 끼어 근로자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안전시스템을 강화해도 사람의 실수로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2일 국감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차분하게 논의하는 정책 국감이 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답변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기보다는 말을 자르면서 "허영인 회장을 불러야 한다"는 공세적 발언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이 그룹 총수들을 불러서 질책하는 '호통 국감'에서 탈피해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는 다수 국민의 기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국감 질의 응답이 사실상 파행으로 끝난 후 "향후 안전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면서 "오는 18일까지 관련 내용을(안전관리 계획 등) 의원실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호통국감으로 안전대책에 대한 답변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데 대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질책하기 보다 안전계획을 청취하려는 자세로 국감에 임했다면, 임 의원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는 불필요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우원식 의원= "허영인 회장이 국감에 나와야" / 이 대표= 지난해 3년 간 1000억 사용 합의, 안전사고 방지 위해 지난달까지 325억원 투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PC서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똑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 안전개선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피 묻은 빵이 아니라 피로 반죽한 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질의를 시작했다.
우 의원은 “허 회장은 안전경영위원회서 안전경영로드맵을 발표해 1000억을 쓰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얼마를 썼나. 지난 4월에 안전경영위원회 간담회서 장비도입‧시설보수‧작업환경 165억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계열사별로 어떤 장비를 사고 시설 보수가 이뤄졌는지 알려달라”고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에 3년 간 1000억원을 쓰기로 합의하고 올해 9월 말까지 325억원을 사용했다. 계열사별로 삼립 126억원, 샤니 49억9000만원, 호남샤니 18억원, 파리크라상 21억원, BRK 31억8000만원, SPC GSF 24억9000만원 등을 사용했다”며 “안전설비 확충에 113억원을 투자해 안전발판‧계단‧사다리‧안전장비보호구 등을 갖췄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투자를 열심히 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허영인 회장이 나와야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전체 대표를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 한 회사의 대표를 불러서는 전체 문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건영 의원= 샤니 사망 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질의 / 이강섭 대표= "현재 고용부와 경찰에서 조사 중. 지금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이정식 고용부 장관= "동료가 실수했다고 하지만 예방 가능했다고 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감에 나오기 전에 허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지 묻는 윤 의원의 질문에 이 대표는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SPC 작년 기준 전체 매출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전체 산재 사고가 220건 발생했고 올해 8월까지 81명의 산업재해가 있었다”며 “산술적으로 변화된 것이 없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산재 승인 1위 현대중공업은 전체 사고의 41%만 산재사고라며 유독 사고자가 많은 SPC에 그 이유를 물었다. 이 대표는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윤 의원은 허영인 회장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알고 있다며 △전기 조심하자 △장난치지 말자 △모르는 기계에 손대지 말자 등 70년대 방식의 샤니 공장 7대 안전 규칙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이유라고 꼽았다.
또 윤 의원은 “샤니 사망자의 동료는 ‘본인도 왜 그러는지 모르게 버튼을 눌렀다’고 진술했다. 이 경우 사고의 책임이 회사에 있나, 동료에게 있나”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현재 노동부와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지금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참 야박하다. 허 회장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것도 그렇고, 대표가 잘못했다는 답도 없다”며 답답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윤 의원은 노동자 사망사고의 책임이 회사에 있는지 없는지를 재차 되짚었다. 이에 이 대표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사고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작년에 아홉 번 압수수색을 했는데 올해는 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동료 노동자의 문제라는 답을 만들려고 조사를 하고 있다. 장관은 이 문제가 누구의 잘못이라 생각하나”고 물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잘못은 수사에서 밝혀진다”며 “동료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 '사람은 실수할 수 있고 기계는 고장이 난다’라고 전제했을 때 충분히 예방 조치를 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 정부에 선진국 수준의 안전 시스템 구축 요청 / 이정식 장관= "전‧현 정부에서 노력해도 발생하는 예가 ‘샤니 안전사고’, 외국 사례 검토해 법령 개선하겠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진국 수준의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며 유럽 수준의 안전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는 10월 검찰 수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 대표의 말에 이 의원은 “샤니의 잘못도 있지만 고용부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샤니공장 사고 현장의 볼 리프팅 기계를 언급하며 기계안전 및 보건 조치에 볼 리프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유럽은 규정이 매우 잘 마련돼 있다며 고용부 장관의 생각이 어떤지 캐물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전 정부, 이번 정부에서 노력을 했으나 발생하는 사고의 예가 샤니 안전사고다.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법령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것은 처내고 외국 사례를 검토해서 현행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 "SPC 허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는데, 샤니 대표가 왔다는 건 오너 감싸기, 종감 때 허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PC 안전사고의 중요한 인물인 허 회장이 국정감사를 수검받지 않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보였다.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증인은 SPC를 대표해서 나왔나. 샤니를 대표해서 나왔나. SPL에서 일어난 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며 질문 공세를 몰아갔다.
전 의원은 안전장비 개선, 노후 장비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에도 주야 맞교대 등으로 노동자 피로가 가중된 상태라며 지난해 국감 이후에 변화한 것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TF를 운영해 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이 대표의 답에 전 의원은 “의원과 현장 노동자들은 TF가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SPC는 계속해서 직원을 뽑는 기업이라고 소문났다”며 빠른 대책과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이번 국감 증언과 관련해 허 회장이 권한을 위임했는지 물었다. 이 대표는 회장한테 위임받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은 “위탁이나 위임 없이 어떻게 여기 왔나. SPC 허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는데, 샤니 대표가 왔다”며 “왜 이 대표 본인이 SPC를 대표할 수 있다고 말하나. 증인은 SPC를 대표해서 고발을 당할 수 있는데도 회사를 대표해서 나왔나”며 질타했다.
또 전 의원은 “이는 오너 감싸기로 국회를 능멸한 것 밖에 안 된다”며 “종감 때 허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이 재구실 못하게 만드는 주요인 / 이정식 장관= "재판은 판사‧검사가 담당해. 사고 대부분이 기계 장비에 의해 발생. 감독해도 사고 일어나. 안전 기준 정비 필요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고를 고용부의 직무 유기에 의한 사건사고라고 단정했다.
그는 SPC의 안전사고가 단순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고용부 장관이 특별 감독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이 장관은 노 의원의 질문에 “요건이 되면 특별 감독을 시작한다. 압수수색 등을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사건 분석을 하면 대부분이 기계 장비에 의한 사망사고가 많다”며 “안전 기준을 정비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감독을 하고 있는데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감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는 노 의원의 지적에 이 장관은 재판을 하는 것은 검사와 판사라고 받아쳤다.
▶이은주 의원= 올해 2월 근로자로 인한 실수인 ‘휴먼 에러’ 발생 가능성 사전 진단 주장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올해 샤니 성남공장 사고는 명백한 회사 측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고는 끼임 사고다. 어떤 경우라도 증인과 회사 측이 잘못한 것이다”며 근거를 들어 말했다.
그는 리프트 사고 가능성을 회사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올해 2월 실시한 위험성 평가조사표에서 낙하 충돌 위험을 확인했고, 자체 위험성 평가 결과 걸림‧부딪힘 등 위험 점수가 10점 만점에 8점이 나왔다”며 “SPC는 개선 대책으로 경고음 설치를 했지만 의원들이 현장 답사를 했을 때 경고음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의원은 “올해 2월 실시한 위험성 평가조사표에 의하면 SPC는 볼리프트 작업서 근로자 실수(휴먼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며 “인터록은 지난해 조치 완료해 기계적 방호장치 이전에 근원적 안전 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이 사항들은 중대재해처벌법 4조 1항에 대한 처벌 대상이다”며 “지난해 자체 평가를 했던 부분이므로 허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 이번 국감에 증인이 잘못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형동 의원= "이강섭 대표가 명확하게 답한 것 없어, 재해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책임져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SPC에 안전보건 책임자가 몇 명 있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이 대표는 “안전 관리자 4명, 보건 관리자 3명이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야당 의원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한 것이 없다”며 “오늘 나온 증인은 법률적인 권한이 있나”고 캐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증인은 법률적인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또 김 의원은 “샤니가 SPC와 똑같나”고 몰아세우며 재해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