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 탄소 중립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보완하는 원자력 역할에 주목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재생에너지 분야 분석 및 전망으로 명망이 높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최근 2050 탄소중립의 과정에서 원전이 보완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발표하여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과반을 넘어가서 더욱 증가할수록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나 전력망 운영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안정적 기저부하 전원으로서 원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 원전 운영 실적이 급감하였는데 2023년 현재 후쿠시마 사고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폐쇄된 원자로의 수가 신규 원전의 수를 압도하고 있는데 이는 원자로의 안전성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의 안전성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 노후화가 심각한 전세계 원전 상황
현재 전세계에는 410개의 원전이 가동 중인데 이 가운데 3분의 2가 30년 이상된 것이며, 특히 세계 최대의 운전 운영국인 미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노후 원전의 비중은 96%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Dominion Energy의 수명이 거의 다된 두 원전의 20년 연장 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반면 신규 원전의 건설은 중국, 인도 등 주로 아시아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중국의 경우 약 21개의 신규 원전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 원전의 영향 감소추세이지만 태양광 및 풍력 보완할 가능성
많은 전력분야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동의하고 있다.
즉 국토 면적이 넓거나 국가 또는 지역간 전력망의 연계가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절반 정도까지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발전 설비의 전 수명 주기(건설~폐기)에 걸친 비용을 집계한 것)이 화력발전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가게 되면 간헐성과 변동성으로 인해 전력망의 안정성이 현저히 낮아져 이를 보완하는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절반 이상 대량 보급될 경우 에너지 저장장치(ESS)나 양수발전 등이 있어야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고 대규모 무탄소 발전원과의 결합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아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류하는 변동성 재생에너지(VRE) 비중에 따른 전력계통 특징 및 과제 참조).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른 전력계통 특징 및 과제>
• 원전은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급증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소폭 증가 전망
전세계 태양광, 풍력 및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러시로 인해 원전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 2000년 전세계 원전의 비중은 17%였으나 최근 10%로 감소한 반면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같은 기간 중 0.5% 미만에서 13%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BNEF에 따르면 2020년대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25GW의 원전이 추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용량과 같은 규모이다.
BNEF의 전세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의하면 2050년 세계 원전 비중은 9%로 현재 대비 약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규모를 유지하려면 전세계 원전 발전량은 7335TWh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해야 한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이 향후 2050년까지 전세계 전력의 75% 이상을 공급하기 위하여 ESS 및 전력망 보완과 더불어 안정적 기저부하 전원으로서 원전이 여전히 중요함을 반증하고 있다.
<전세계 및 주요 국별 원자력 발전 비중 전망(2022~2050)>
• 소규모 모듈형 첨단 원자로(SMR)와 핵융합에 대한 관심 고조
최근 미국내에서 원전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알려졌다.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현재 원전지지 응답 비중은 57%로 2020년 43%에서 13%p 증가하였다.
미국 내 원전의 신규 도입은 조기 폐쇄 방지를 위한 60억달러의 자금 제공 및 기존 원전에 대해 생산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인플레 감축법(IRA)’ 등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 원전이 모두 재래식 원전으로 채워질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으며 소규모 모듈형 첨단 원자로(SMR)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SMR이 아직 실용화되지 않고 있어 초기 비용이 높을 것이지만 IRA의 지원이 가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MR을 개발 중인 롤스로이스는 전세계 대규모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빌 게이츠가 설립한 TerraPower는 2030년 가동 예정인 와이오밍주의 폐쇄된 석탄발전소 인근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ChatGPT를 개발한 OpenAI의 CEO인 샘 알트만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Oklo는 특수 목적 인수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최대 5억달러를 조달하여 상장할 예정인데 2026년이나 2027년에 아이다호주에 최초의 상업용 규모 SMR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융합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물론 핵융합이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고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지만 최근 5년 동안 벤처 캐피탈 및 사모투자 펀드를 중심으로 약 60억달러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샘 알트만의 지원을 받는 Helion은 향후 10년 내에 핵융합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여 2028년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가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년의 증설 후에 최소 50MW의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원전을 태양광 및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와 배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절반을 넘어서 급증할 경우 ESS와 전력망 개선과 아울러 안정적 기저부하로서의 원전의 일정부분 역할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SMR 및 핵융합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기후변화속도를 완화시키고 2050 탄소중립을 향한 도정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