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흉악범죄는 게임 탓'이라는 고장난 레코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최근 묻지마 칼부림 테러 등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범죄 원인이 '게임 중독'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지난 7월 끔찍한 행동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에 대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게임중독'을 범행 원인으로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피고인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에 해당한다"며 "젊은 남성을 의도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공격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의자 조선이 범행 당일 아침까지 ‘1인칭 슈팅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다"며 "범행 당시 보인 특이한 움직임과 게임 캐릭터 사이 유사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범죄 원인이 '게임 탓'이라는 '게임 혐오' 프레임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없다. 검찰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증거 없이 내놓은 의견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게임과 범죄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끔찍한 사고 원인을 게임중독으로 연결하는 것은 문제 원인을 단순화해 쉬운 답을 찾으려는 의도"라며 강력범죄와 게임 연결성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조사했더니 범인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며 "이는 총기난사와 게임중독과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스웨덴 정부는 게임을 중·고등 교육과정에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게임을 즐길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게임 혐오에 대한 프레임을 묻지마 살인사건, 테러 등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채 쉽게 그릇된 결론을 내리는 모습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히려 각종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게임 중독이 아닌 저지른 범죄에 걸맞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은 아닌 지 모르겠다.
'K-게임'을 이끌며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게임 탓을 하기 보다는 솜방망이 처벌 행태를 개선하고 범죄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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