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1억원으로 확대될까…저축은행업계 "부담 커질 것" 부정적 반응
금융위‧예보, 내달 예금보호제도 개선안 국회 보고 예정
국회에 보호한도 확대 개정안 다수 계류…실효성 의문
보호한도 '1억원' 개정 시 저축은행 예금 최대 40% 증가
업계 "업황 부진한 상황서 예보료율 부담 등 악영향"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이후 본격화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논의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다음달 예금보호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보고하기로 하면서다.
예금자보호한도가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면 저축은행의 예금이 4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저축은행업계는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보호한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예보는 예금자보호한도 변경에 대한 최종 용역보고서를 검토 중이다. 금융위와 예보는 지난해 3월 예금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검토에 나선 바 있다. 예보는 한국금융학회를 용역기관으로 선정해 제도 변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달 연구용역이 마무리됨에 따라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다음달 보고한다.
예금자보호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보가 예금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예금자보호법 제32조 제2항은 예보가 각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 보호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5000만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는 1.2배로 영국‧일본 2.3배, 미국 3.3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1인당 GDP와 경제적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는 올해 3월 미국 SVB 파산사태 이후 부실은행 뱅크런 및 예금자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이슈가 됐다. SVB 사태 당시 미국 정부는 연방예금보험법에 따라 SVB 파산을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시스템리스크'로 보고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한 예금에 대해서도 전액보호조치를 실시했다.
국회에서는 이 같은 지적과 해외 사례를 반영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대부분의 발의안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금융업종별로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법안도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의 적정성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법안과 FDIC 사례처럼 필요한 경우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통해 금액을 일시적으로 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다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다양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면 예금자가 금융기관의 건전성보다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를 선호하게 돼 한도 내에서 수신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은행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와 예보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한다.
또 예금자보호한도를 확대하면 보험료율 인상 압박이 커져 예금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예금자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예금자보호한도 인상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예금액이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인 예금자가 보호대상에 포함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금융소비자 비율이 업권별로 1~2% 가량에 불과해 금융자산이 많은 일부 상위계층에게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보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관계기관과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몰려든 자금을 소화해내기가 버겁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축은행 예금이 40% 증가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저축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예금이 늘어나게 되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대금리차를 통해서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예금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라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예금자보호한도 확대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보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도 한도 확대를 반길 수 없는 요소다. 현재 저축은행이 예보에 납부하는 보험료는 예금잔액의 0.04%다. 현재의 보험료율도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한도가 늘어나면 보험료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부담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저축은행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한도가 늘어나면 보험료율도 오를 텐데,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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