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특혜성 환매, 명백한 위법' 낙인찍은 금감원…증권가 ‘벌벌’
이복현 금감원장, 정무위 전체회의 참석
회의서 “불법에 기인한 수혜자가 맞다”
증권가 피로감 호소…“겨우 수습했는데”
야당 의원들 “정치적 타격 매우 유감”
정치 논리 벗어나야…“시장 관점 필요”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대 펀드’ 재검사 과정에서 발견한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고 못 박으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의 자료를 건네받은 검찰이 특혜 의혹을 받은 대상자들에게 펀드를 판매한 일부 증권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업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이 다시 영향력을 펼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전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라임 펀드 관련 질의에 대답하면서 이번 특혜성 환매 의혹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회의에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다선 의원(김상희 의원) 등의 특혜성 환매가 맞냐는 질문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며 불법에 기인한 수혜자인 것은 맞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상적인 환매가 되지 않는 펀드였으나 고유자산에서 자금을 빼 환매해줬다”며 “이 환매 자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래에셋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에 대한 조사 여부 질의도 오갔는데, 이 원장은 이에 대해 “판매사들도 특혜성 환매 대상이 고위공직자인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를 인식하고 환매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대 펀드 운용사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에서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직전 일부 투자자에게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다며 △다선 국회의원(김상희 의원) △A중앙회(농협중앙회) △B상장사(고려아연) 등을 대상자로 지목했다.
해당 발표 이후 검찰은 지난달 31일 특혜성 환매 의혹에 연루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을 압수수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김상희 의원이 해명 과정에서 “미래에셋이 환매 권유를 했다”고 설명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고,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농협중앙회와 고려아연에 펀드를 판매했다.
증권사들은 재수사 불똥이 튄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사태들은 문책 경고도 실시된 데다가, 많은 판매사들이 이에 대한 보상 절차를 진행하면서 상당 부분 책임을 지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사태에 대한 책임 여부를 겨우 수습한 상황에서 악몽 같은 사태가 재부각되니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펀드를 비롯한 자본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훈풍을 냉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특히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며 펀드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 썼는데, 정치권에서 재차 언급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완전히 사장됐다고 평가받은 공모펀드 시장을 포함해 각종 자본시장이 이제야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부정적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시장이 다시 부침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자칫 정치 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해당 논란이 재점화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짜 맞추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시되고 있다.
전일 진행된 정무위 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금감원의 발표 자료 중 ‘다선 국회의원’이라고 특정인을 명시한 점을 질타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최근 10년간 금감원 보도자료 중 국회의원을 명시해 보도한 적은 없었다”며 “그렇게 하려면 근거가 더 있어야 하는데, 특혜성 환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더 있다고 했으니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불법성 여부는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왜 금감원장이 수사 영역에 있는 것을 조사를 빌미로 발표해 확정되지도 않은 것으로 명예훼손을 하고 정치적 타격을 주려고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원장은 “불법 환매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특정 인물들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특정 수익자를 빼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총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이 원장은 “전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전문가는 “뜬금없는 타이밍에 재부각된 사건”이라며 “재조사에 들어간다면 가능한 정치 논리는 배제하고 확실하게 자본시장 입장에서만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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