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최저 연 3%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내주던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이 주된 원인이지만 가계대출 억제에 나선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인뱅들이 내세우던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전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8~6.94%로 집계됐다. 혼합형(고정형) 주담대는 연 4.17~6.77%를 형성했다. 케이뱅크 역시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변동금리가 전일 기준 연 4.13~5.98%로 올라섰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5%대를 달리던 시기 인뱅들은 최저 연 3%대 상품으로 경쟁에 나섰다. 100% 비대면 체제에 따른 고정비 절감분을 우대금리로 얹어 전체 대출금리를 끌어내리는 전략이었다.
이달 들어서만 인뱅 주담대 금리 하단이 0.1~0.2%포인트(p)가량 오르면서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5~6.04%로, 하단이 인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주담대 금리가 오르는 게 채권금리 상승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대출금리 산정의 준거(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채권금리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며 전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변동형 주담대의 경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를 준거금리로 삼는데, 지난달 기준 3.69%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p) 하락에 그치며 사실상 보합했다. 특히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인 은행채 5년물은 지난 17일 4.41%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한 인뱅의 관계자는 “변동형 주담대는 코픽스 조정 때(매월) 재산정이 이뤄져 조정폭이 작지만, 고정형은 은행채 금리가 계속 바뀌다보니 상대적으로 오름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인 1086조원까지 커졌는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 취급이 늘어난 게 결정적이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공급한 인뱅들이 첫 타킷으로 지목됐다. 기존처럼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면서 주담대 운용 전략도 보수적으로 전환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언급 이후 점검 정도만 이뤄지고 아직 뚜렷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같은 건 내려오지 않았다”며 “가계대출 증가를 막으려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대출 취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가 주요 관리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인뱅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의 금리 경쟁력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여신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시장금리 상승 압박이 커진 상황에 공격적인 우대금리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담보대출을 늘려 은행의 기초체력을 키우고, 이를 통한 안정적인 중·저신용 대출 공급을 전략으로 삼았던 인뱅들에는 악재다. 인뱅들은 여전히 편리한 대출 절차와 최저금리 실행 비중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은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속성에 대해선 의문이 붙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인뱅들에 “상환 능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 달라”며 대출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자체 검점해달라고 주문했고, 금융당국도 관련 내용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