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입지 줄어드는 중소형 증권사…커지는 '고착화' 우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요 수익처로 삼던 곳은 더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형사와의 성장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문제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소형사들의 업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평가를 받는 국내 증권사 27곳 중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2조원 미만의 중소형사 17곳의 자기자본은 총 16조8724억원 규모로, 전체 증권사 자기자본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93%다.
해당 비중이 22% 밑으로 내려선 것은 분기 기준으로 2020년 4분기(21.80%) 이후 처음이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분기 기준 최고 22.84%까지 올라섰으나, 고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자기자본 성장세도 큰 격차를 보였다. 올해 2분기 27개 증권사들의 총 자기자본은 76조936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5234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중소형사들의 자기자본은 1996억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13.10%에 불과했다.
앞서 2021년 말부터 글로벌 주식시장 부진의 여파로 대형 증권사들의 업황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중소형사들의 경우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IB) 수익 증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직전 분기인 2021년 4분기 대비 약 2183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형사들의 자기자본은 같은 기간 약 2791억원 증가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인 글로벌 금리 인상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자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자 부동산 PF 위주의 사업을 펼치던 중소형사들의 이익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17개 중소형 증권사 중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곳은 절반에 육박하는 8곳이다. 같은 기간 대형 증권사 10곳 중 단 3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또 올해 상반기 중소형 증권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5827억원으로 전년 동기(6286억원) 대비 7.3% 역성장한 반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영업이익 총합은 5조37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633억원)보다 약 70% 증가했다.
특히 중소형사 중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해왔던 다올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익 감소 폭도 약 90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29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6393억원)보다 약 54%가량 줄었으며, 하이투자증권도 4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29억원) 대비 절반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권업계의 양극화가 더 고착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업 구조상 IB 부문 의존도가 더 큰 중소형사의 이익창출력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받을 영향이 더 큰 데다가, 탄탄한 자본력을 지니고 있는 대형사들이 각종 신사업에 진출할 여력도 더 커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사의 경우 IB 부문 중 수익 대부분이 부동산 PF 관련 딜로부터 창출된 경우가 많아 수익 감소 폭이 클 전망”이라며 “이를 극복하고자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진출 및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인력 및 영업 경쟁력 차이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사 대비 IB 부문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의 이익창출력 저하 폭이 클 것”며 “일부 사업 부문의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는 산업 환경에 대한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