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장기화 우려에 미 국채금리 4.3% 돌파,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 휘청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증시가 방향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다우존수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모두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방향성 상실은 국내증시 하락세가 당분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개장초 다우지수와 S&P 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전날 공개된 7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FOMC 의사록에는 연준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남긴 내용이 담겼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7월 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 많은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긴축강화에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를 꺾기에 충분해 보인다.
의사록은 “대부분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상당한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 연2%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긴축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다시한번 확인되면서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전날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중 4.3% 이상으로 오르면서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4.3%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국채금리 상승으로 기술주와 빅테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대부분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소매기업들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타깃에 이어 월마트까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소매기업들은 증시하락 속에서도 나름 선방을 하는 모습이다.
월마트는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순이익과 매출을 발표했으며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했다. 월마트가 분기 실적에서 선방한 데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이나 전자 제품과 같은 재량 지출에서 완만한 개선세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시는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악재와, 반대로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감이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심리에 분명 청신호이지만, 역으로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호재로만 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지표는 지속적으로 건강한 시그널을 보이고 있어 지금의 금리수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P 이상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36%에 달하고 있다. 1주일 전만 해도 25% 수준에 불과했는데, 11%P나 오른 것은 그만큼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주간실업 지표는 전주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1만1000명이 감소한 2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4만명을 밑도는 수준이어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