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단상(物流斷想): 초고령사회와 화물운송의 미래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경기대 겸직교수]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어느 날.
업무 특성상 전국의 화물정보망, 협회, 주선사, 차주 분들과의 만남을 위한 출장이 많고, 그 날은 부산지역 분들과의 연이은 미팅 일정을 소화하고 마지막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부산개별협회 이사장님이 베풀어 주신 저녁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협회 소속 차주 회원 분들의 평균 연령이 65세라고 한다.
• 고령사회 이미 넘어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한국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이 맞이해야 하는 고령화 단계는 어디에 와 있을까?
나이를 기준으로 할 때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통해 고령화 정도를 정의하는데, 이는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시기가 65세인 점에 근거한다.
World Bank Group(2019)의 정의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은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7.5%로 초고령사회의 턱밑에 와 있는 상황으로, 통계청 전망(2022)에 따르면 2년 뒤 2025년에는 20.6%를 기록하여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령인구 증가속도가 OECD 주요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2035년 30.1%, 2050년에는 4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 도달 소요년수를 비교해 볼 때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에 비해 우리나라는 7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 화물운송시장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할까?
다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화물운송의 현장을 생각해 보면, 지금부터 5년 뒤면 평균 연령 70세 화물운전자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8조(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운전업무 종사자격 등)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차주의 경우 ‘운전적성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고, 맨 처음 신규검사 이후 자격유지를 위해서는 65세 이상 70세 미만은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즉, 5년 후 평균 나이 70세 차주 분들은 매년 검사를 위해 하루 시간을 내서 검사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단 고령화가 화물운송시장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방 식당에 갔을 때 사장님이 외국인 노동자 직원을 데리고 주문, 조리, 계산까지 직접 하시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건설현장에도 한국인 관리자 한 분이 여러 외국인 노동자를 이끌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화물운송시장에 이런 암울한 미래만 있을까?
이 또한 최근 자율주행 전문가 출신 대표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이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제주도와 세종 같은 곳은 이미 자율주행에 적합하게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사고의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이 분도 화물트럭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필자도 가까운 미래에 같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사실 미국, 중국은 이미 전기차 아닌 일반트럭의 자율주행을 수행하고 있고 기술은 이미 현장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성숙되어 있다.(필자의 이전 글 “[물류 다이나믹스 (21)] 곧 닥칠 ‘트럭’ 자율주행 서비스”, 2022.9.30. 참조)
아직은 자율주행 트럭의 현실화가 낯선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급속한 차주 고령화라는 암울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2~3년 안에 제주도에서 혹은 내륙 고속도로 구간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보는 일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의 ‘빨리빨리’의 힘은 여기서도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