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돌파 기업을 찾아서(20) 제뉴원사이언스] ‘저출산 문제 행복한 일터 만들면 해결’
업계 최초 출산장려금 500만원 지급, 2016년부터 최대 1000만원 지급으로 바꿔
제조업 운영하다보면 저출산 문제 심각하게 느껴, 인구가 많아야 구인난 해소 쉬워
한때 한국은 온 사회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저출산을 독려했다. 그런데 불과 약 반세기 만에 한국 사회는 정반대 현실에 놓였다. 젊은 층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며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인구절벽’의 기울기가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부담과 일·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저출산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했고, 실제 기업들에서는 출산·양육 친화 사내문화 조성으로 해법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출산·양육 정책’을 총 30회 시리즈 기획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제약 업계 내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내 최대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자녀를 출산한 직원에게 1000만원(쌍둥이 2000만원)의 축하금을 지급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파격적인 대우, 최대 제약사로 모범을 보임”이라는 평가 나왔다.
이보다 앞서 중소 제약사인 ‘제뉴원사이언스’가 지난 2016년부터 출산 장려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 중에 있었다. 대형 제약사에 비해 재무 상황이 녹녹한 편이 아님에도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제뉴원사이언스 관계자는 9일 “돈으로 해결한다는 세간의 시선도 있지만, 당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최대 500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오다 사회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은 분위기가 팽배하져 지난 2016년에 1000만원으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 여직원 비율 43.6%, 제약사 中 이례적…‘다양성’ ‘공정성’ 기업 문화 만드는 게 핵심
제뉴원사이언스는 바이오 위탁생산(CDMO) 기업으로 지난 2020년 11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통합 법인이다.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474명 중 43.6%에 해당하는 293명이 여직원이다. 근로 환경과 복지에 있어 여성 친화적인 정책들이 필요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 정책도 여직원으로 초점을 잡아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제뉴원사이언스는 기업 운영에 있어 ‘다양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남녀 직원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동등한 기회와 대우를 받되, 성별 차를 인식해 가장 적합한 제도와 정책을 쓰자는 게 제뉴원사이언스가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핵심 가치다.
제뉴원사이언스 관계자는 “여직원을 많이 채용하고자 해서 여성 비율이 높아 진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다보니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라면서 “다만 세종‧제천 사업장의 경우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경력 단절 여성 고용을 확대하다 보니 여성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호프(HOPE) 캠페인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 시도…“회사는 제도를 지켜주고 직원은 혜택을 누리는”
직장어린이집과 출산장려금 지급처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 빼고 국내 상위 제약사 모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정책은 △태아 검진 휴가 △근로기간 단축 △난임 휴가 3일 △배우자 출산 휴가 10일 △육아휴직 최대 2년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 △자녀 장학금 지원(등록금 전액) △가족 돌봄 휴직 및 돌봄 휴가 등이다.
제뉴원사이언스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수립한 전략은 국가 정책을 잘 따라가는 것이다. 이삼수 제뉴원사이언스 대표는 “정부 모성보호 정책 모두 적용해라. 그거면 다 해결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저출산 문제 해결 정책이 국가 시책과 밀접하기 때문에 제뉴원사이언스는 이를 다 이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외에도 제뉴원사이언스 ‘호프(HOPE)’ 캠페인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호프 캠페인은 일과 가정의 균형뿐 아니라 개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사내 고용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됐다. 희망이라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조화(Harmony)’ ‘기회(Opportunity)’ ‘모성보호(Protection of Maternity)’ ‘공정(Equity)’이라는 단어의 첫 글자를 조합해 새로운 뜻을 부여했다.
조화(Harmony)는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라는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육아 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유연한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육아휴직과 가족 돌봄휴가 및 휴직을 제공하며 출퇴근 시간 단축 및 지역별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 장려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과 가족 수당(가족 1인당 매월 2만원) 등의 제도가 있다.
모성보호(Protection of Maternity)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를 위한 폭 넓은 지원이다. 또 출산 후 고용안정을 위한 모성보호 제도도 운영 중이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를 위해 전산 시스템 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근무 형태 및 시간 조정도 할 수 있게 했다.
기회(Opportunity)는 차별 없는 성장의 길을 열어줘 남녀평등 문화 조성이다. 공정(Equity)은 우수한 인재 채용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있다.
제뉴원사이언스 관계자는 “당사는 다시 만들어져 새로 출범한 회사이기 때문에 결속력을 위해서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이런 정책들을 쓴다는 것을 알리는 게 호프 캠페인의 목적이었다”면서 “지금은 호프 캠페인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 정책(혜택)을 회사는 다 지켜주고 직원들은 누리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행복 지수 높이는 일터로 바뀌면 출산 장려하는 분위기 조성될 것
제뉴원사이언스에는 ‘컬쳐TF’라는 조직이 구성돼 있다. 컬쳐TF는 회사 내 모든 구성원들이 즐겁고 행복한 일터에서 자신의 역량을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발휘해 최고를 향한 하나의 팀이 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컬처TF가 주축이 돼 고안한 것 중 대표적인 게 호프 캠페인과 자율 출퇴근 제도다. 자율 출퇴근 제도는 육아 문제나 가정사로 출근시간이 지연될 경우 전일 또는 당일 보고만으로도 업무시간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뉴원사이언스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율 출퇴근 제도를 정착시켰다. 특히 제약사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뚫고 자율 출퇴근 제도를 정착시킨 것이라 고무적이다.
컬쳐TF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출산 장려 문화 구축’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이 깊다.
제뉴원사이언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이라면 인구가 줄고 있는 것에 대해 체감하는 게 다르다”면서 “인구가 많아야 채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데 지난 2000년 초부터 인구가 줄고 있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니기 편안한 직장을 만들고 직원들의 장기 근속률을 높여 이직률을 낮추는 등 직원의 가정에 안정감을 가져다준다면 출산 장려가 자연스럽게 이루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제뉴원사이언스는 지난 5월 ‘2023 고용평등 공헌포상’에서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2014년(한국콜마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주관 ‘여성친화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은 후 이를 매년 갱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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