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지난해 4월 시중은행 직원의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업권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임직원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올해에도 천문학적 수준의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강민국(국민의힘‧정무위원회)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7월까지 금융업권 내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 수는 20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횡령한 총 금액은 1816억590만원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45명(89억8870만원) △2018년 37명(56억6780만원) △2019년 27명(84억5870만원) △2020년 31명 (20억8290만원) △2021년 20명(156억4860만원) △2022 년 30명(826억8200만원) 등이다. 올해에는 7월까지 12명이 580억7630만원 횡령했다. 지난해부터 횡령 금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운영하고,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횡령사고는 더 증가한 모습이다.
업권별로 횡령한 임직원의 규모를 살펴보면 은행이 113명(56.0%)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가 59명(29.2%), 증권사 15명(7.4%), 저축은행 11명(5.5%), 카드사 4 명(2.0%) 순이다.
횡령 금액 규모도 은행이 1509억8010만원(83.1%), 저축은행 169억2180만원, 증권사 86억9600만원(4.8%), 보험사 47억4200만원(2.6%), 카드사 2억6600만원(0.2%)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저축은행 포함) 임직원 횡령의 경우 최근 들어 전체 금융업권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7월)까지 발생한 임직원 횡령은 총 42건인데 이 중 은행 임직원의 횡령 건수는 36건으로 약 85.7%, 횡령금액은 99.4%(은행 1399억2930만원/전체 1407억5830만원) 에 달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업권 임직원이 횡령한 은행 돈은 그 환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2023년 7월까지 발생한 1816억590만원 횡령액 중 환수된 금액은 224억6720만원으로 환수율이 12.4%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은행의 경우 환수율은 7.6%(환수금 114억9820만원/전체 1509억8010만원)에 불과했다 .
금융감독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은행 임직원 횡령 사건의 원인에 대해 “은행 임직원의 준법의식 취약 및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고 분석했다.
강 의원은 “1년 동안 금융 당국이 연달아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발표 하였음에도 오히려 횡령사고가 더 증가했다는 것은 이 같은 대책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업권의 횡령을 이대로 내부통제 문제로만 인식한 채 셀프 준법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한다면 횡령은 만연할 수밖에 없기에 반드시 철저한 관리‧감독과 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