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동관 호(號), HSD엔진 품어 업계 1위 HD한국조선해양에 도전장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D한국조선해양 긴장해'
한화그룹이 중대형 엔진 제조업체 HSD엔진 인수를 추진해 조선업계 절대강자 HD한국조선해양을 추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향후 주력 사업인 선박 엔진사업에서 세계 정상급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조선업계 넘버원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건조 기술, R&D(연구개발) 역량뿐만 아니라 최적화된 기자재 공급망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는 지난해 전세계 대형엔진 시장점유율 36%를 기록하며 34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대형엔진 대부분은 선박용 엔진으로 제작된다. 즉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기자재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품인 엔진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상황이다.
한화그룹이 HSD엔진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HD한국조선해양의 사업구조를 긍정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HD한국조선해양을 벤치마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지를 장기 사업 계획 마련에 본격 나섰다.
HSD엔진은 전세계 선박용 엔진 시장점유율이 20%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핵심인 엔진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2027년 세계 선박용 엔진 시장 규모가 133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진은 일반적으로 선박 가격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품목이다.
이에 따라 HSD엔진의 이러한 역량이 한화그룹과 합쳐지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엔진 조달 공급망 강화 △HSD엔진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차세대 친환경 선박엔진 기술 확보 △엔진·터빈 사업에 특화돼 있는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와의 기술 공유 등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HSD엔진이 최근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 재무구조가 탄탄해 한화그룹이 인수할 경우 회사 경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HSD엔진 인수를 통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선 건조 역량 강화와 고(高)품질 군함 건조 역량 강화까지 기대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월 HSD엔진과 인수 관련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한화그룹은 오는 3분기까지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한화, HSD엔진 인수로 한화오션과의 시너지 효과 기대감 커
HSD엔진의 주력 사업은 선박 엔진 제조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한화그룹은 선박 제조 경쟁력 향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HSD엔진의 올해 1분기 IR자료에 따르면 엔진 수주잔고(누계 수주 물량)는 2조3306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물량이 68%에 달한다.
즉 HSD엔진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 가운데 2개 업체 엔진을 책임지는 역량을 뽐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는 수백개 부품 및 기자재를 공급받아 야드(선박 건조 작업장)에서 종합해 선박을 건조한 후 이를 인도하는 형태로 사업을 펼친다. 이에 따라 조선사는 선박 기자재를 직접 생산하기 보다는 1·2차 협력업체들과 협업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특히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기자재 가운데 선박 엔진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엔진 제조 기업의 가격 협상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HSD엔진을 인수하면 엔진 공급망이 강화되고 엔진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한화오션이 신(新)조선을 건조할 때 필요한 엔진을 HSD엔진이 공급해 결국 엔진 조달 비용을 매출로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이 지난 2022년 8월부터 추진해온 차세대 친환경 선박엔진 기술력 확보도 해결되는 셈이다. 당시 한화오션, HSD엔진, 삼성중공업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엔진개발 MOU’를 체결했다.
이들 3개 업체는 MOU를 통해 △차세대 친환경 엔진 및 기자재 개발 △협약당사자 간 공동사업 운영 방안 검토 △협약당사자 간 기술교류회 실시 등 정기적 인적교류 △차세대 친환경 엔진 외 협력 가능 사업 아이템 발굴 등을 추진해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HSD엔진 인수가 완료되면 사실상 MOU를 체결한 3사 가운데 2개 기업이 한화그룹 계열사가 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친환경 엔진 기술 활용 측면에서 한층 수월해지고 나아가 엔진 주력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HSD엔진이 올해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한화그룹 실적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자료에 따르면 HSD엔진은 △지난 2021년 매출 5990억원·영업손실 398억원 △2022년 매출 7642억원·영업손실 29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행보를 이어 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신조선 수요가 폭증해 2021년부터 선가(선박가격)는 급등했다. 이에 따라 선박엔진 공급가격도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선박 건조 기간은 약 2년이 걸린다. 이는 2021년 수주한 신조선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조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특히 비싼 가격으로 수주한 엔진의 공급도 올해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이에 힘입어 HSD엔진은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하이투자증권은 HSD엔진이 △올해 매출 9620억원·영업이익 410억원 △2024년 매출 1조1570억원·영업이익 92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 HSD엔진 인수로 한화임팩트 첨단 터빈엔진 제조능력 커질 듯
한화그룹에서 터빈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임팩트는 지난 2월 2269억원을 투입해 HSD엔진 인수를 추진하는 MOU를 체결했다.
향후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터빈 역량은 HSD엔진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터빈과 엔진은 잠열 (潛熱)을 활용해 회전운동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어 기술적으로 공유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열은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기체로 바뀔 때 온도 상승 효과를 나타내지 않고 단순히 물질 상태를 바꾸는 데 쓰는 열이다. 액화열과 기화열이 대표적인 예다.
수소혼소 기술은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투입해 터빈을 활용해 발전기를 가동하는 기술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적 기술로 알려져 있다. 궁극적으로 완전한 친환경 발전을 하려면 수소만을 연료로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만 아직까지 이 기술은 존재하지 않아 중간 단계 기술인 수소혼소 기술이 현재로서는 최신 기술로 평가받는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2021년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 미국 PSM 지분을 전량 인수해 수소혼소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어 한화임팩트는 두 기업 인수로 확보한 기술과 향후 확보할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해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한화임팩트 자회사 한화파워시스템은 자사의 산업용 공기·가스 압축 기술력과 HSD엔진의 발전기 기술을 융합해 발전 설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세계적인 에너지 장비 제조업체다.
■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과 대적할 친환경 선박 건조 및 방산 역량 확보
한화오션의 HSD엔진 인수가 마무리되면 메탄올 추진선 건조 역량을 더욱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 경쟁업체와의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조선업계는 메탄올 추진선이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한 선박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고유황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배출 99% △질소산화물 80% △이산화탄소 2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HDS엔진은 최근 메탄올 엔진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가 메탄올 엔진 생산을 독점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을 건조한 바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이보다 건조 난이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메탄올 추진선을 건조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보유하고 있어 관련 선종(선박 종류)의 수주가 이뤄지면 당장 건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HSD엔진이 한화그룹 품에 안기면 한화오션은 메탄올 엔진 자체공급이라는 기술적 우위를 갖추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여년 동안 누계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은 모두 81척이며 이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각각 43척, 2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HSD엔진 인수가 현실화 된 후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통한 메탄올 추진선 건조역량과 함께 메탄올 엔진 역량까지 갖추게 된다. HD한국조선해양을 추격할 무기를 모두 갖춘 셈이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 HSD엔진 기술력은 한화그룹 방산역량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HSD엔진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중대형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엔진은 대규모 상선 뿐 아니라 대형 군함에도 사용된다.
군함은 일반 상선보다 엄격한 환경에서 성능 테스트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각종 기자재 및 엔진 테스트도 보다 강화돼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한화오션과 HSD엔진 협업이 본격 진행되면 고품질의 군함 생산이 가능해진다"며 "한화오션이 HSD엔진 인수로 친환경 선박 및 군함 건조 역량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