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종합지급결제업' 진출 무산되나…한국은행 반대·법 개정 등 첩첩산중
금융위,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 '추가 검토'에 논의 지연
카드업계, 종지업 진출 시 수수료 절감‧고객 편익 향상 등 효과 기대
한국은행, 비은행권 감독권 부재‧규제차익‧해외 사례 등 들어 반대
"조달 부담 등 업황 악화…종지업 진출로 새 수익모델 창출 필요"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조달비용 증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진출마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 하에 지급결제 안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 검토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종지업이란 간편결제와 송금을 포함한 급여이체나 카드대금, 보험료 납입 등 전자금융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카드사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받기 위해 은행 계좌를 연결해 사용하는데, 결제대금을 받을 때마다 은행에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종지업 진출이 가능해지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종지업 진출 필요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납입주기가 길고, 증권사의 경우 금액 변동성이 생길 수 있는 반면 카드사는 대금거래, 포인트 혜택 등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 리스크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는 종지업 진출이 가능해지면 결제에 특화된 업권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금융‧소비‧생활편의 서비스 제공으로 신용카드 회원 및 가맹점의 편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초년생, 전업주부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와 금융소비자 선택권 확대로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반대하면서 카드사의 종지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카드사는 자기자본비율(BIS) 등 은행법상 건전성 규제나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고, 한은이 비은행권 금융사에 대해 감독이나 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령 개정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카드사의 종지업 진출을 위해서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 역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1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도입하고 자기자본 등 일정 요건을 갖춰 종지업을 신청하면 금융위가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은행권의 반대로 소관위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은행의 고유영역인 계좌 개설 부문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금법 개정으로 종지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 및 가맹점에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조달비용 증가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업권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하는 만큼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종지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지업 진출이 가능해지면 카드사 계좌개설, 선불충전, 소액후불결제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지급결제 분야에서 은행과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 당국이나 관계기관에 종지업 진출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특별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없는 만큼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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