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의심받는 상생금융의 진심

최병춘 기자 입력 : 2023.07.26 07:18 ㅣ 수정 : 2023.07.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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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최근 금융권에 상생금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융사들의 상생금융은 그동안 금융사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와 궤를 같이해 경쟁하듯 진행되고 있다. 

 

이 원장이 지난 2월 하나금융그룹을 시작으로 KB·신한·우리 등 4대 금융지주를 차례로 방문했고 방문 시마다 4대 은행에서는 모두 8000억원에 이르는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내놨다. 지방금융도 예외는 아니었다. BNK금융과 DGB금융, JB금융 등 지방 금융지주들도 이 원장의 현장 방문에 맞춰 잇따라 상생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이 원장의 행보는 카드사로 이어졌다. 첫 방문지인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까지 총 1조53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추진키로 했다.

 

이 원장의 걸음은 보험사로 이어졌고 첫 방문지인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1호 상생 금융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은행의 경우 매년 연례행사처럼 상생금융과 관련된 계획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올해처럼 은행을 넘어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 부총리 겸 장관이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정책당국 수장도 아닌 감독기관의 장인 금감원장 행보에 이처럼 금융사가 즉각 반응했던 사례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그림이다.

 

이 원장은 현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었던 검사 출신 첫 금감원장으로 총선 출마설이 제기될 만큼 정치권 입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더욱이 이 원장은 금융사 CEO 인사 등으로 ‘관치금융’ 비판의 최일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금융당국의 ‘당부’로 시작된 이번 금융사의 상생금융 행보를 또 다른 ‘관치’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생금융의 내실에 대한 잡음도 일고 있다. 고금리로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은행이야 그렇다지만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 2금융권까지 상생금융에 나서면서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자산규모 등 외형이 월등히 큰 은행보다도 큰 금액을 배팅,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생금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의 경우 총지원 한도를 기준으로 지원 금액을 집계해 금융소비자의 실질 감면액은 발표한 금액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금액 부풀리기 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상생금융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박수받을 일이다. 투자 측면에서 ESG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비판에 직면한 금융사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칭찬받아 마땅해야 한 상생 릴레이가 이른바 ‘실세’의 당부가 ‘압박’이 되어 ‘보여주기식 숫자놀음’이라는 비판대에 오른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결과론 적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상생의 뜻과 취지는 고귀했지만 과도한 부풀리기는 목적에 대한 의심을 낳고 오히려 진심을 왜곡할 수 있다. 이 원장와 다른 금융사만의 행보를 보여줬다면,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각사 사정에 맞게 실질적인 지원에 집중한 상생금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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