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활성화 등 생태계 변화 대응이 관건
반도체와 더불어 자동차는 국내 경제/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으로서 미국, 일본 및 독일 등 선진국들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자국내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분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개도국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등극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된다. 체크공화국의 스코다와 말레이시아의 프로톤 사가 등이 있지만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전환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환골탈태를 요구받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종합자동차메이커가 우월할 수밖에 없지만 AI 등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특히 토요타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뒤졌지만 최근 각성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중순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를 처음 개최하면서 그동안 스타트업 활성화에 투자한 1조3천억원의 성과를 공표하였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상생 전략을 비롯한 개방형 혁신 성과 및 스타트업 협업 체계 등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2000년 7월부터 ‘벤처플라자’라는 이름으로 외부 벤처에 대한 투자와 신사업 영역의 탐색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사내 혁신문화 전파와 임직원의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해 사내스타트업(구, 사내벤처) 제도를 시작하였다.
• 현대기아차, 6월 중순 사내 스타트업 투자 실적 발표
지난 6월 중순의 행사는 특히 지난 2017년부터 금년 1분기까지 200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성과를 발표하는 행사였는데 보스턴 다이내믹스 및 모셔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것이었다.
이 스타트업들의 주요 사업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비롯하여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 것이었다.
분야별 투자액을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가장 많아 7537억원이었으며, 그 다음이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그리고 에너지 253억원 순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의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및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개방형 혁신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O1NE)’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펀드를 운영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역량을 제고시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운영중인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하였는데 이들을 통해 누적 매출액 2800억원, 신규 고용 800명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래차 생태계는 피라미드식 전통차 생태계와 판이하게 달라..
전동화, 자율주행 및 차량공유 등을 바탕으로 한 미래자동차의 생태계는 완성차업체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의 전통적인 자동차산업 생태계와는 전혀 다르게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 및 기술력을 보유한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한 완성차에서 설계한 디자인 및 파워트레인(엔진+트랜스미션)을 바탕으로 각종 소재 및 부품을 밑바닥의 벤더(공급자)로부터 최상위 공급자인 1차벤터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공급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다.
<자동차산업 생태계 구조의 변화>
그러나 전기차의 테슬라가 촉발시켜 구글 등의 자율주행과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공유 등을 통한 모빌리티 혁명 시대에서 미래차 생태계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빌리티 서비스의 제공자를 중심으로 미래차 생태계는 자율주행차 및 인공지능 등을 포괄하여 수평적 공급망을 바탕으로 협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생태계 구조하에서 자동차 업계는 IT 및 소프트웨어 업계의 진출을 수용하여 이들과의 협력적 공급망 구축을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이익 공유를 실현해야만 생존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자율주행차 및 공유차가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창출해 내는 시너지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의 전기차, 소프트웨어의 자율주행차 및 플랫폼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하나로 융합되어 갈 전망이다.
<점차 하나로 수렴해 가는 미래자동차>
• 현대차그룹, 2020년에 이어 지난해 「중장기 전동화 전략」 수립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차그룹은 2022년 6월 초 ‘2022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및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전동화 가속화 전략 및 재무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목표로서 2030년 17종 이상의 전기차(EV) 라인업을 구축해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 점유율 7%(2021년 실적 3% 초반) 달성을 추진하여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10% 이상 달성을 설정하기 위해 총 95조5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원활한 전기차 생산 확대를 목표로 안정적 배터리 조달 및 성능 고도화를 위해 조달, 개발 및 모듈화 등 3가지 전략을 종합한 ‘배터리 종합 전략’을 수립하여 2030년 전기차 187만대 생산에 필요한 170GWh 규모의 배터리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LG에너지솔루션과의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비롯하여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배터리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말 선보여 우수성을 입증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선하고 배터리 및 모터 등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체제를 2025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표준 모듈 적용을 통해 공용 범위가 확장된 ‘eM’이 될 것인데 현재 대비 50% 확장된 주행거리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되는 ‘eS’를 통해 배송 및 차량호출 등 B2B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전혀 넘볼 수 없는 1위인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데 특히 테슬라는 배터리 및 자율주행 등 미래차 모든 분야에서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점유율 및 생산규모 차원에서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완전히 전기차로 중심축이 이동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테슬라의 주요 모델이 길게는 6~7년 이상 된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을 위시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발빠른 전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미래차 경쟁구도는 뒤바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테슬라와는 격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2위 그룹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미래차 산업구조에 대응하여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우리 자동차산업이 미래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