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원금 깎아주는 은행권···‘상생금융·건전성’ 다 잡는다
우리·대구銀 취약 차주 대상 채무 감면 프로그램 가동해
국민·신한·하나銀도 금리 인하 통한 상환 부담 절감 지원
고금리 이자 장사 여파 상생금융 요구 은행권 모두 응답
연체·부실 채권 정리해 자산 건전성 개선 효과 노린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약화되자 은행권이 자체적인 ‘채무 감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연체 이자는 물론 원금도 일부 감면해 ‘빚의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는 걸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악화된 건전성 관리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금융 소외 계층에 회생 기회를 주기 위해 ‘DGB희망나눔 채무 감면’ 프로그램을 오는 12월까지 시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장기간 대출을 연체한 고객의 채무를 일정 수준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고객별 특성을 반영해 50~90%의 탄력적 채무 감면율을 적용한다고 대구은행은 설명했다. 최장 5년의 장기 분할 납부 및 성실 상환 시 인센티브 부여 등 감면 혜택도 진행한다.
앞서 우리은행도 내년 7월까지 연체 감축을 지원하는 ‘연체 이자 원금 상환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체 이자를 납부한 고객(부분 납부 포함)을 대상으로 납부한 금액만큼 원금을 자동으로 상환해주는 내용이다.
우리은행은 지원 한도와 횟수에 제한이 없고 중도상환 해약금도 면제하게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로 인해 약 40명에게 금융 비용 절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우리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올 초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 대출 연체 시 적용되는 연체 이자율을 1%포인트(p) 감면하고,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신규·대환·연기에 대해 최대 1.5%p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종합 지원책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에 금리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에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은행들은 높은 대출금리로 ‘이자 장사’를 벌인다는 비판이 잇따른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많은 이익을 챙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상생금융’에 나서라고 주문했고, 이 같은 지원책들이 나온 것이다.
은행권의 채무 감면 지원 정책이 잇따르면 취약계층의 가계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 연체가 시작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을 은행이 선제적으로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상생금융을 명목으로 사실상 ‘받을 돈’까지 면제해주는 건 건전성 관리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해질수록 은행 연체율 상승이나 부실채권 증가 등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채무 감면 프로그램을 시행한 대구은행의 올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27%로 1년 전(0.22%)보다 0.05%p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0.15%에서 0.27%로 0.12%p 치솟았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 ‘연체 이자 원금 상환 지원 프로그램’으로 약 5600억원 규모의 연체 대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은행은 내부 추산 결과를 대외로 알리지 않고 있지만 상당 규모의 연체 감소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채무 감면 프로그램 등으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잠재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자를 통한 이익을 줄이더라도 중장기적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 은행들의 연체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수치보다는 추세적 흐름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며 “곡선이 완만하더라도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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