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3.07.11 08:48 ㅣ 수정 : 2023.07.11 08:48
입원 후 처음으로 병원 밖 자그마한 식당에서의 칼국수 식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맛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4개월 보름만에 퇴원해 복귀하는 길의 주변은 일상성 유지해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죽음의 끝자락까지 다가갔던 교통사고로 병원 생활을 시작한지 4개월즈음 지나갈 무렵 오랜만에 희소식이 전달되었다.
무적태풍부대의 작전참모부에서 몇 년을 함께 고생했던 작전장교 정승범 대위가 소령으로 진급했다. 당시에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100년만의 폭염이 날라가는 시원한 소식이었고, 그동안 필자를 믿고 열심히 근무한 부하 장교의 좋은 결실에 비록 병원이었지만 마치 내가 진급한 것처럼 기쁘고 보람을 느꼈다.
더불어 필자의 회복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마치 쇠로 온몸을 감싼 로보캅처럼 배앞에 불쑥 튀어나와 불편하게 만들던 골반뼈에서 연결된 골반고정핀(Pelvis frame)을 제거했다. 이제는 분쇄골절된 좌측 대퇴부의 골수에 박혀있는 골수정 만이 몸속에 남게 되었다.
가늘어진 다리에 근육을 붙이는 재활치료를 위해 이동식 보조기를 사용해 병원 복도를 쉴새 없이 누비고 다녔고 덕분에 김일 선수를 만나 눈인사를 하는 횟수도 늘어만 갔다. 드디어 이동식 보조기에서 목발로 교체하면서 운동량도 늘었는데 그때의 가장 고충이 목발을 짚기 위해 겨드랑이에 끼우고 계속 걷자 겨드랑이의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록 목발을 짚고 다녀도 이동이 가능하자, 그동안 교통사고로 병실에서 함께 지냈지만 거동이 가능해 외출까지 다녀왔던 김종완 동기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간호사에게 허락을 받고 김 동기와 가족과 함께 입원 후 처음으로 병원 밖의 자그마한 일반 식당에 들어가 칼국수로 식사를 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맛이었다. 외식을 제안한 동기도 고마웠고 매일 간병과 동시에 틈틈이 성당에서 필자를 위해 기도하며, 교통사고로 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위기에서 필자를 건져준 가족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 각별한 정성과 완벽한 진료로 희망의 불을 지펴준 을지병원 박준영 이사장 등 모든 분께 너무도 감사
서울 을지병원에서 침대생활 2개월, 재활 2개월 등 4개월 10일만에 드디어 퇴원하는 날을 열흘 앞둔 8월26일 저녁에 같은 병실에 입원해 함께 치료받던 김종완 동기의 고교 절친인 박준영 을지병원 이사장이 그동안 고생을 위로하는 식사을 함께하며 술 한잔도 겸했다.
특히 대퇴부 분쇄골절, 골반 천골·치골 전위골절, 늑골 8·9번 골절, 횡경막·비장 파열, 뇌진탕, 혈흉, 좌5족지 탈골 등 병명만 11가지로 몸속에 쇠붙이를 부착한 로보캅 같은 중환자 필자에게 각별한 정성과 완벽한 진료로 희망의 불을 지펴준 박 이사장이 퇴원 축하 식사까지 마련해 너무도 감사했다.
그해 8월 마지막 날에는 무적태풍부대에서 또하나의 희소식이 전달됐다. 필자의 후임으로 사단작전보좌관에 보직되어 고생을 했던 후배 김완경(38기) 소령이 중령 진급심사에서 선발되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뇌사 상태의 중환자에서 회복되어 목발을 짚고 퇴원하는 필자와 함께 자축행사 이벤트가 되었다.
헌데 9월6일 퇴원할 때에 작은 문제가 있었는데 숙소인 동두천까지 이동하는 승용차 운전이었다. 당시에 가족이 운전이 서툴러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여 비록 다리에 힘은 없지만 그동안 부지런히 재활치료한 덕분에 필자가 과감하게 운전을 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차량 운전대를 못 잡을 줄 알았는데 안전하게 복귀하여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세상에 본인이 없으면 큰 이변이 생길 것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4개월 보름만의 퇴원 후 동두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변은 전혀 변화가 없이 늘상의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세상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교통사고 등의 충격 속에서 변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음편 계속)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