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은 83세까지 가사노동에 시달린다...저출산의 또 다른 뿌리?
남자, 가사노동 생산량이 가사노동 소비량보다 큰 시기는 16년에 불과해
여자, 가사노동 생산량이 가사노동 소비량보다 큰 시기가 59년에 달해
가사노동 생산비중=노년층은 높아지고 노동 연령층은 낮아지는 추세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우리나라 여성이 남성보다 최대 7배의 가사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의 경우, 청소·육아 등 집안일 부담이 노년층인 84세까지 계속된다는 통계 분석 결과가 나왔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가사노동에 시달린다는 이야기이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이처럼 여전히 심한 현상은 저출산 기조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보다 가사노동 부담이 훨씬 큰 여성이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이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높은 집값 및 사교육비 등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통계청은 27일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새로 개발된 국민시간이전계정(NTTA, National Time Transfer Accounts) 통계를 토대로 가사노동별 소비와 생산의 차액인 생애주기 적자를 연령 계층별로 분석했다.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크면 '적자' 상태가 된다. 본인이 집안일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는 집안일의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소비보다 생산이 크면 '흑자'가 된다. 다른 사람 몫의 집안일까지 대신해주는, 가구 내 '가사 노동 담당자'로 볼 수 있다.
NTTA 통계는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생산, 소비, 이전의 연령별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사노동의 소비와 생산의 차이로 발생하는 개인의 생애주기별 적자·흑자 분포와 이를 충당하는 자원의 재배분 흐름을 성별, 세대별로 파악할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유년층(0∼14세)은 131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집안일을 하지는 않고, 부모로부터 돌봄과 청소 등 혜택을 받기만 한다는 의미이다. 노동 연령층(15∼64세)은 410조원을 생산하고 281조9000억원을 소비해 128조1000억원 흑자를 냈다. 가정관리와 돌보기, 참여 및 봉사활동 등의 집안일을 직접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노년층(65세 이상)도 80조9000억원을 생산하고 77조4000억원을 소비해 3조5000억원 흑자였다.
2019년 노동 연령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은 2014년 86.4%에서 83.5%로 2.9%포인트(p) 낮아졌다. 반면 노년층의 생산 비중은 13.6%에서 16.5%로 2.9%p 높아졌다. 노년층의 가사노동 부담이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1인당 생애주기 적자는 0세에서 가장 높고(3638만원),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다가 26세에 흑자로 전환했다. 흑자 폭은 남녀 모두 38세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완만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남자는 31세부터 흑자를 기록하다 47세에 적자로 돌아선 반면 여자는 25세부터 흑자로 진입한 뒤 84세에야 적자 전환했다. 남자는 47세부터 가사노동을 하는 것보다 가사노동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반면에 여자는 83세까지 가사노동의 혜택보다 더 많은 가사노동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자의 흑자 기간은 16년이었지만, 여자는 59년으로 남자보다 3.7배 많았다. 남자는 16년동안만 가사노동 생산량이 가사노동 소비량보다 큰 데 비해 여자는 59년 동안 가사노동 생산량이 더 큰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여성의 높은 가사노동 부담이 저출산 현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 연구되지는 않았다. 이는 향후 연구과제로 꼽힌다. 통계청은 "이번 통계 분석이 정부의 재정지출 및 육아 지원 등 저출산·고령화 대비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