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시그넷·이브이시스, 550조원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시장 공략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7.04 05:00 ㅣ 수정 : 2023.07.04 05:00

SK시그넷, 美 충전기 공장 준공 기반 삼아 매출 2조원 목표
롯데정보통신, 이브이시스 인수 후 그룹 유통망 활용해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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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 SK시그넷 대표(왼쪽), 오영식 이브이시스 대표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550조원 시장을 잡아라'

 

SK시그넷과 롯데정보통신이 2030년 4173억달러(약 550조원) 규모로 커지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개발·제조 업체 SK시그넷은 미국에 충전기 제조 설비를 구축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인 충전기 제조업체 이브이시스(EVSIS·옛 중앙제어)는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유통계열사를 활용해 국내에서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충전기 시장 규모는 대영채비가 시장점유율(M/S) 52%로 1위이며 △SK시그넷 36% △이브이시스 7%다. 

 

SK시그넷과 이브이시스가 이처럼 전기차 충전 시장에 주력하는 것은 향후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2022년 465억4000만 달러(약 61조원)에서 2030년 4173억5000만달러(약 55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SK시그넷은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SK시그넷은 뛰어난 기술력을 토대로 미국 충전소 운영업체 2위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3위 EV고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또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 'NACS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미국 현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충전기를 만드는 등 미국에 최적화된 경영행보를 밟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브이시스는 한국 전기차 이용자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를 대거 확보하려면 접근성이 좋은 장소과 전기차 충전기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브이시스가 롯데 유통망을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도 이러한 접근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슈퍼,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다양한 소비재, 유통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브이시스는 충전기 제조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즉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브이시스는 지난해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으로부터 400억원의 투자를 받아 공장증설, 연구개발(R&D) 및 신규 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기술력 향상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브이시스는 유통망 최강자 롯데그룹과 협력해 업계 정상을 향한 도전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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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 사업 현황 [사진=뉴스투데이DB]

 

■ SK시그넷, 2025년 1조원 매출 목표...'초급속' 충전기 기술력 급성장 '눈길'

 

SK시그넷은 오는 2025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조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SK시그넷이 올해 매출 3215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1626억원, 영업이익 35억원에서 각각 97%, 77% 늘어난 숫자다.  이 같은 매출 성장률이 앞으로 2년간 이어진다면 2025년 매출 1조원을 강조한 신정호(53· 사진) SK시그넷 대표의 포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정호 대표가 이처럼 성장목표를 공격적으로 제시한 것은 미국 텍사스주(州)에 공사 중인 SK시그넷 공장이 6월 공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SK시그넷은 완속·중속 충전기를 비롯해 △급속 충전기 △초급속 충전기 △특수형 충전기 등 모든 종류의 충전기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다.  미국 공장은 '초급속' 충전기를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아서디리틀(ADL)에 따르면 미국 급속·초급속 충전기 시장은 2022년 기준 1억1300만달러(약 1490억원)이며 2025년 2억9000만달러(약 3824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급속 충전기 시장 1위는 M/S 60%를 차지한 테슬라다. 테슬라의 급속충전기 제품은 150~250kW 충전속도로 가동된다.

 

SK시그넷이 공략하려는 시장은 초급속 충전기 시장이며 충전속도는 400kW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시그넷은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50%가 넘는 M/S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SK시그넷과 테슬라는 급속 충전기와 초급속 충전기 등 서로 다른 제품을 만들고 있어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 이에 따라 SK시그넷은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는 SK시그넷의 초급속 충전기 양산 설비와 이에 따른 매출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 공장은 해마다 1만개가 넘는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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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시그넷 미국 텍사스 생산 법인 [사진=SK시그넷]

 

게다가 SK시그넷은 미국 현지 기업으로부터 철강 등 관련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세제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SK시그넷이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기 커넥터 방식 NACS 기술을 적극 수용한 점도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목이다.

 

이달 들어 미 완성차 업체 포드, GM 그리고 신생 전기차 업체 리비안 등이 NACS 충전 커넥터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충전기 시장에서 NACS 방식이 주종을 이룰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표준 충전기 방식 CCS 기술을 기반으로 많은 충전기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는 NACS와 CCS 커넥터가 모두 연결돼 있는 충전기를 제작해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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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이시스는 현재 충전기 제조 사업만을 하고 있으며 향후 롯데그룹 부지를 활용해 충전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한국IR협의회]

 

■ 이브이시스, 롯데그룹 유통망 활용해 시너지 효과 기대 커

 

IT(정보기술) 설비 유지·보수 등 IT시스템 운영에 주력해온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초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이브이시스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판매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브이시스 역량을 기반으로 충전기 제조부터 충전소 운영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 토털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이브이시스는 완속 충전기부터 급속, 초급속 충전기까지 모든 종류의 충전기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급속 충전기 위주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에 충전기 설치를 추진 중이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브이시스의 전기차 충전소 사업은 롯데그룹 내 유통 계열사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전기차를 충전할 때 일정 수준 시간이 필요한데 롯데 유통계열사를 쇼핑하며 이 시간을 전기차 충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브이시스는 현재 충전기 제조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충전소 운영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은 올해 하반기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운영 사업을 통한 추가 매출 발생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롯데마트 등 기존에 그룹이 보유한 사업체 등에 전기차 충전기 공급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한 독자 브랜드 운영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한국IR협의회는 이브이시스 실적에 롯데그룹 유통사업장 충전기 공급 매출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가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올해 매출 625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 예상치는 지난해 매출 488억원에서 28% 늘어난 것이며 영업손실 28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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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소화장치 가안도 [사진=롯데정보통신]

 

 

오영식(55·사진) 이브이시스 대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고객의 충전 편의성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높은 안전기준과 안전설비를 늘려 전기차 충전소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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