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식품업계가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근거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밀을 원재료로 하는 제과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도 '밀크플레이션(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 우려에 제동을 걸었다.
농식품부는 2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우유 등 농식품 물가 관리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재환 축산경영과장은 "우유와 유제품이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건 맞다"면서도 "원료 사용 비중이 적고, 수입산 유가공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유업계는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산 원유 사용 비중이 적지 않아 원유 가격 인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가격이 1리터당 49원 오르면서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우유 가격을 평균 6% 올렸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각각 9.57%, 8.67% 인상했다. 또 빙과업계와 커피 프랜차이즈도 우유가 포함된 제품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올해 들어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권고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앞서 2월 농식품부 간담회에 참석한 CJ제일제당, 풀무원샘물 등 업체는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또 추 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에서 즐기는 그런 품목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는 말을 한 지 하루 만에 주류업계에서도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류에 이어 라면까지 가격 인하를 권고했다"며 "원부자재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최소한의 가격만 인상했는데, 가격 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 계획을 가졌던 곳들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