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동남아 러시 가속화…'금융당국' 지원까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사들의 동남아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해외법인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금융당국까지 지원에 나서며 정책적 제한도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남아 지역에 현지법인 혹은 사무소를 둔 국내 증권사는 총 12곳(미래에셋·한국투자·NH·KB·신한·다올·대신·리딩·하나·유안타·키움·한화)이다.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점포가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총 10개며, 이어 △베트남 8개 △싱가포르 7개 △태국 3개 △미얀마 2개 △캄보디아 1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의 동남아 법인은 지난해 연간 총 2710만달러(약 3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에서는 이익을 거뒀으며, 태국과 싱가포르, 미얀마에서는 손실이 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의 해외 법인은 주로 중국과 홍콩 지역 위주로 운영됐으나, 최근 들어 동남아 지역의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7년 이후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소폭 확대되는 추세"라며 "인도네시아나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지역 해외 점포 위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한화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동남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중으로 인도네시아 '칩타다나' 증권 및 자산운용사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칩타다나 증권 및 자산운용사는 인도네시아 재계 6위인 리포그룹 계열 금융사다. 한화투자증권은 칩타다나 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중 80%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며, 이번 인수를 통해 디지털 경제가 빨라지고 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략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설립한 해외법인 '파인트리(Pinetree) 증권'으로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베트남 법인은 진출 3년 만인 2021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싱가포르 법인은 동남아에서 유망한 대체투자상품이나 비상장회사 등을 발굴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진출로 한화금융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3년부터 영업을 개시했으며, 지난 3월에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과 한화손해보험이 리포그룹 산하 리포손해보험 지분을 62.6% 인수한 바 있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평균연령이 30세로 디지털에 익숙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진출을 결정했다"며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동남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금융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싱가포르법인은 지난 5일 28번째 싱가포르거래소(SGX) 거래 회원사로 등록됐다.
현재 SGX의 주요 거래 회원사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HSBC, 씨티(Citi) 등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향후 해당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현지 금융상품을 고객 대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싱가포르거래소는 지난해 말 기준 705개 기업이 상장했으며, 시가총액이 약 7000억달러(약 928조원)에 달한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뉴욕과 런던, 동경, 홍콩,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와 더불어 글로벌 증권거래소로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
성준엽 미래에셋증권 싱가포르 법인 대표는 "이번 SGX트레이딩 멤버쉽 가입으로 글로벌 IB로써 업계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SGX 거래 회원으로 시장 조성과 인수, 자문 서비스 제공 등의 활동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지난 1월 30일에는 조직 개편으로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장을 부사장에서 사장급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지난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7개 금융사 대표들이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중점국에 방문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 현지 진출을 홍보하는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노력과 금융당국의 적극적 지원 의지 등을 피력했다.
인도네시아에선 'K-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 2023' 행사를 진행했는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동행해 주목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행사는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한국계 금융사 인도네시아 투자 포럼'을 시작으로 국내 7개 금융사의 개별 행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개별 행사로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 ESG 투자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와 MOU 체결'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새롭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당국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추후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IB로써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행보는 긍정적"이라며 "결국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수익원 다변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시장 위축에 대부분 실적 전년보다는 안 좋게 나타났지만, 어쨋든 전반적으로는 순이익을 유지한 상황"이라며 "제도적 개선 등 일반 기업이 풀기 어려운 문제도 많았는데, 최근 당국이 IR 행사에 동행하는 등 정책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