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고령자 모시기 나선 보험업계…'심사 간편화' 등 경쟁 치열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5.31 08:35 ㅣ 수정 : 2023.05.31 08:35

보험업계, 유병자 보험 상품 잇따라 출시
입원‧수술 이력 묻지 않는 상품도 나와
저출산‧고령화 유병자‧고령자 늘어 수요 증가
실손‧건강보험 시장 포화에 고객을 유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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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업계가 고객 확보를 위해 고령층과 유병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프랑스의 재보험사 스코르(SCOR)와 함께 가상 언더라이팅을 도입해 유병자와 고령자의 가입문턱을 낮췄다. 삼성생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언더라이팅 절차를 간편하게 진행하고 보다 간편하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상 언더라이팅은 SCOR사가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으로 삼성생명의 보유계약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고혈압, 갑상선 질환 등 기왕력별 인수 여부를 예측한다. 기존에는 인수한 피보험자의 정보만 확인할 수 있어 인수 이력이 없는 질병에 대한 심사 기준 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가상 언더라이팅을 도입하게 되면서 인수이력이 없었던 질병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가상 언더라이팅 도입으로 유병자와 고령자에게 더 많은 가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시그니처 암보험 3.0'을 출시하면서 유병자를 위한 상품을 확대했다. 기존 유병자 보험인 '간편가입 3.2.5'의 최저가입 연령을 30세에서 15세로 확대하고, 경증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가입 3.5.5'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이 상품은 '3.5.5' 고지항목을 충족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3.5.5' 고지항목이란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재검사 등 필요 소견 여부 △최근 5년(또는 2‧3년) 이내 입원‧수술 이력 여부 △최근 5년 이내 암 등 주요질병(암, 뇌졸중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장판막증, 간경화증) 발병 여부 등을 묻는 것으로, 보험사들은 유병자의 보험 가입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경증 유병자 라인업 추가로 기존 유병자 보험과 비교해 약 20% 저렴한 보험료로 표준체 고객이 가입하는 일반상품과 동일한 질병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면서 "3.5.5 고지항목에 해당사항이 없으면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손보사들도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KB손해보험은 이달 초 'KB 3.3.5(3.5.5) 슬기로운 간편보험 Plus'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3.3.5(3.5.5)' 고지항목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암 발병 시 최초 1회만 보장되던 '표적항암약물치료비'에 대해 △위암‧폐암‧간암 △림프종 및 백혈병 관련 암 △그 외 나머지 암 발병으로 나눠 각각 7000만원, 최대 3회까지 보장한다.

 

KB손보 관계자는 "'KB 3.3.5(3.5.5)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Plus'는 유병자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부모님께 권유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아예 입원‧수술 이력을 묻지 않는 상품을 내놓으며 유병자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간편한305건강보험'은 3개월 이내 입원‧수술‧재검사 등 필요소견 여부와 5년 이내 주요질병 발병 여부만 확인한다.

 

이 상품은 심뇌혈관질환 담보뿐만 아니라 각종 진단 및 수술비, 최신 암치료 트렌드를 반영한 담보 모두 가입할 수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신상품 출시로 유병자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가 이처럼 유병자와 고령층 고객을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는 배경으로는 실손‧건강보험 시장의 포화가 지목된다.

 

보험업계는 2012년 처음 유병자 보험을 개발한 이후 지속적으로 유병자와 고령층을 대상으로 적정위험률을 개발해 왔다. 심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유병자와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모두 포화상태인 만큼 보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유병자와 고령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며 고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저축성보험과 종신보험의 수요가 줄어 유병자‧고령자 보험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유병자‧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보험 보장 공백에 놓인 유병자와 고령자에 대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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