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동결에 증시 영향 제한적…연내 ‘금리 인하’ 여부 주목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가 전망대로 이달 국내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이제 투자자들은 연내 금리 인하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결정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시각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종료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도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져서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6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89%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성명서를 통해 향후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 대응보다는 동결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속 긴축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박춘섭·장용성 신임 금통위원이 새로 합류한 점도 기준금리 동결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두 의원의 성향이 온전히 파악되진 않았으나, 두 위원의 출신이 각각 기획재정부와 정부 경제자문기구라는 점과 취임사 등을 미뤄보면 인상 의견을 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의원이 처음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에서 소수의견을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경기 변곡점에서 굳이 매파적 주장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동결이 예견돼 있는 만큼, 단기적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내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환율 흐름에 따른 변동성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달 FOMC에서 결정된 미국 기준금리는 5.00%~5.25%로 최대 1.75%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다. 만약 내달 FOMC에서 베이비 스텝이 단행되면 격차는 최대 2.00%까지 확대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결과가 증시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환율 경로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와 연준 인사들은 연말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여부를 두고 괴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연내 금리 인하 문제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6월 금리에 대해서는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라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준금리의 연내 인하 여부에 대해서도 시각이 분분하게 나뉘고 있다. 한은이 목표하는 CPI는 2%대인데, 최근 전기 등 공공요금이 올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우려가 강해지고 있어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도 이전처럼 연내 인하 가능성이 배제될 것”이라며 “CPI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으나, 에너지 부문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핵심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4% 내외에서 뚜렷한 둔화가 나타나지 않는데,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되고 서울시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확정했다”며 “공공 요금들이 인상되는 점들은 물가상승률 둔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더 이상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며 긴축 부담이 완화된다면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금융투자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는 유동성 흡수 국면에 대부분 자산이 큰 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에게 역사상 가장 잔인한 해로 기록됐다”며 “올해는 무리한 긴축 부담이 일부 완화되면서 대부분 금융자산 중심의 되돌림 복원 과정에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하반기 금리하락과 약달러 초과 국면이 진행되며 추가로 금융투자 기회를 엿볼 정도의 여유는 있을 것”이라며 “은행 파산이나 상업용 부동산 등 아직 취약한 금융환경을 잘 피하면서 유동성 기대를 늘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