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장거리 노선 운항 카드' 성공하려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LCC(저비용항공사)들이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기적적으로 회생한 이스타항공까지 합세해 LCC 경쟁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LCC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각자만의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장거리 노선’ 취항이다. 현재까지 LCC 가운데 장거리 노선을 다투는 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 2곳이 유일하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2월 인천과 호주 시드니를 연결하는 하늘 길에 신규 취항해 장거리 노선 운항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또한 에어프레미아는 애초에 중장거리 노선, 특히 장거리 위주로 운항하는 ‘하이브리드(HSC) 항공사’를 표방해 출범했다.
그동안 LCC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전략에 두 회사가 업계 ‘게임체인저(판도를 바꾸는 업체)’로 등장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LCC가 중장거리 노선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 티웨이항공은 시드니로...에어프레미아는 LA·뉴욕·오슬로·프랑크푸르트로
2020년 2월 국내 LCC 최초로 인천~시드니 노선 운항에 필요한 운수권을 확보한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2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는 시드니행 TW501편을 시작으로 주 4회 정기편 운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드니 노선에 투입되는 A330-300기종은 대형 항공사 여객기에 준하는 앞뒤 좌석 간격(32인치)으로 넉넉한 레그룸(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좌석은 △이코노미 클래스 335석 △165도로 펼쳐지는 프리미엄 플랫베드 좌석의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 12석 등 모두 347석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중·단거리 노선 운항의 성공적 경험을 기반으로 장거리 운항도 차질 없이 펼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운항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인천~시드니 노선은 신규 취항 이후 한 달간 평균 탑승률 92%를 달성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지난 1월 24일까지 약 한 달간 주 4회씩 총 35편을 운항했다. 총 탑승객 수는 1만1179명으로 한 편당 평균 탑승 인원이 약 319명이다.
이에 따라 관련 노선을 운항하는 국내외 5개 항공사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으며 2·3월에도 80% 수준의 높은 예약률을 보였다는 게 티웨이항공측 설명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11월 인천~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정기편을 개시하며 본격적으로 장거리 노선 운항에 돌입했다. 이 노선은 미주지역 가운데 여객·환승객 모두 최다 실적을 기록해온 핵심 노선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노선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눠 가져 LCC에서 장거리를 운항하는 항공사가 없었던 만큼 에어프레미아의 진입은 의미가 크다.
에어프레미아는 로스앤젤레스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르웨이 오슬로에 취항을 확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에는 뉴욕, 6월 27일에는 프랑크푸르트에 첫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슬로는 6월 중 취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인천~싱가포르 노선은 지난 3월 26일자로 운항이 멎췄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장거리 노선 운항에 집중하기 위한 것도 분명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LCC 장거리 진입 초기 성과는 '글쎄'...'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아
다만 LCC 가운데 장거리 노선 취항을 통한 괄목할 만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17일 기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인천~시드니 노선 월별 여객 운항편(출발+도착)과 탑승객 수(출발+도착)는 △2022년 12월 23일~2023년 1월 22일 33편·1만1179명 △1월 23일~2월 22일 32편·1만74명 △2월 23일~3월 22일 28편·9224명 △3월 23일~4월 22일 25편·8853명 △4월 23일~5월 22일 20편·5689명이다.
장거리 노선 운항이 계속 축소되면서 탑승객 수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런 실적 호조는 지난해 도입한 347석의 A330-300 대형기 일부를 일본과 방콕, 베트남 등 동남아에 투입해 공급석 증대를 통한 매출 확대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티웨이항공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효자'는 시드니 신규 취항 영향보다는 중·단거리 노선 수요 증가가 효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추진으로 독과점이 우려되는 일부 중·장거리 노선반납이 예고되면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장거리 노선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줬지만 업계에서는 LCC의 장거리 운항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LCC 맏형'으로 불리는 제주항공도 장거리 노선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해 6월 7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장거리는 대형기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많이 필요하며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며 “결국 단거리에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이익이 안 나는 노선이나 시점이 있을 수 있다. 장거리 진출보다는 항공기를 더 효율적인 신기종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려면 대형기 도입이 필수적인데 리스부터 유지·관리까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FSC(일반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하는 LCC로서 운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노선에 취항해야 수익성이 커지고 결국 항공사 경쟁력으로 이어지는데 노선 확보가 쉽지 않다"며 “FSC 합병 과정에서 반납된 노선 확보를 기대하는 분위기인데 이미 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외항사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국내항공사들도 충분히 경제력 있어 기재 효율적 운영 등으로 수익성 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에어프레미아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의 월별 여객 운항편(출발+도착)과 탑승객 수(출발+도착)는 △2022년 10월 29일~2022년 11월 28일 45편·8537명 △2022년 11월 29일~2022년 12월 28일 42편·1만1015명 △2022년 12월 29일~2023년 1월 28일 44편·1만1649명 △1월 29일~2월 28일 44편·1만976명 △3월 44편·1만2102명 △4월 44편·1만2138명이다.
최근 3달간 운항편은 44편으로 같지만 탑승객 수는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기 다른 기종을 가지고 운영한다면 유지관리의 복잡성, 비용부담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기재를 통일해 부품 관리나 조종사 등 효율성을 높이면 비용이 줄어들어 저렴한 운임으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장거리는 단거리 대비 운임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장거리 비행에 대한 탑승객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 가격 대비 서비스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