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최윤호 호(號), 美 GM·스텔란티스에 큰 소리 치는 이유 알고보니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그동안 배터리 설비확장을 보수적으로 추진해온 삼성SDI(대표 최윤호)가 마침내 미국에 본격 진출하면서 미(美) 완성차 기업 GM과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의 명줄을 쥐는 핵심 파트너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2년 기준 전세계에 연산 54GWh 규모 배터리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번 미국 진출을 통해 3년 내 63GWh 규모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6년 삼성SDI의 총 생산 설비는 기존 생산 역량의 2배가 넘는다.
공장 건설이 끝나면 삼성SDI는 GM의 연간 전기차 생산 물량 가운데 약 5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스텔란티스에는 연간 전기차 생산 규모의 약 40%에 배터리를 판매한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2025년부터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크레딧(보조금) 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다른 배터리 기업에 비해 설비 확장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지 않았다. 설비 투자에 대한 '실탄(자금)'은 넉넉하지만 생산설비 규모보다 탄탄한 기술력 확보에 더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최윤호 삼성SDI 사장(사진·60)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최고의 품질,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배터리 설계와 양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의 철저한 경쟁력 강화 전략과 이에 따른 보수적인 설비 확장으로 삼성SDI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수년간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다. 게다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비(R&D)를 투입해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에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토대가 충분히 마련된 삼성SDI는 비로소 설비확장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 대규모 투자 급물살...향후 3년 내 총 117GWh 갖춰
삼성SDI는 현재 스텔란티스와 GM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5월 양측 경영진이 만나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총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최초 연산 23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공장 준공 후 투자를 계속 늘려 생산설비를 최대 33GWh까지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공장은 삼성SDI의 프리미엄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가 생산될 예정이며 생산 물량은 스텔란티스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 스텔란티스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합작사를 설립한 상태이며 이 두 업체는 각각 연산 33GWh, 4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향후 미국 등 북미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4곳을 건설할 방침이지만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2026년께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전기차 생산 물량 가운데 40%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스텔란티스 배터리 공장은 2025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삼성SDI는 IRA 보조금 약 4000억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와 끈끈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삼성SDI는 최근 GM과 협력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SDI와 GM은 지난달 말에 만나 총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배터리 공장 건설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GM은 2025년 말 북미에서 전기차를 100만대 이상 생산하는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1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은 전기차 15만∼2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2025년 GM 전기차 생산량 중 약 50%(50만대 분)를 책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연구원은 “스텔란티스 및 GM과 협력해 삼성SDI는 2026년 약 1조원대의 IRA 보조금을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의 이번 미국 진출 계획은 보조금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눈여겨 볼만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 총 54GWh 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2건의 계약을 통해 확장되는 생산설비는 63GWh 규모다.
이에 따라 삼성SDI 배터리 생산설비 규모는 2∼3년 내에 현재의 두 배로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증권사가 아직까지 삼성SDI의 2025, 2026년 실적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생산설비가 대규모 확장되더라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곧바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SDI는 어느 배터리 기업보다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왔고 매년 뛰어난 영업이익률을 일궈내 2025년 삼성SDI 실적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안정적 재무구조’ 역량 모두 갖춰
삼성SDI가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는 것은 영업이익률 및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삼성SDI 영업이익률은 △2020년 5.94% △2021년 7.88% △2022년 8.98%이며 부채비율은 △2020년 61.2% △2021년 69.99% △2022년 75.74%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한화투자증권은 삼성SDI가 올해 9.0%, 2024년에 9.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매년 상승한다는 것은 매출 증가 비율보다 영업이익 증가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다.
부채비율은 부채 총계를 자본 총계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삼성SDI가 기업 역량 이상 과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100% 이하이면 재무구조가 매우 안정적인 기업이고 △부채비율이 100~200%면 부채가 적정한 수준이며 △200%를 초과하면 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경쟁업체와 달리 아직까지 조 단위에 이르는 화재 피해배상금을 지불한 적이 없어 배터리 품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업계 최고 연구개발비 투입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가속페달
삼성SDI의 연구개발(R&D)비 규모가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삼성SDI의 미래를 밝혀주는 대목이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는 배터리 R&D 비용으로 △2021년 8776억원 △2022년 1조764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6540억원 △7896억원을 투입했고 SK온은 △792억원 △2346억원을 투자했다.
삼성SDI는 넉넉한 R&D 비용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로 언급되는 4680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으며 리튬 배터리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4680 등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라인(시범 생산 설비)을 가동해 시장을 이끌고 LFP 배터리 등 코발트 프리 기술력도 갖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