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플라이강원 주원석 호(號), 사모펀드 손 잡았지만 다시 날 수 있을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무구조 위기에 내몰려 매물 신세로 전락한 이후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을 전전하던 플라이강원이 재기발판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을 통해 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해온 플라이강원은 최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해온 대규모 투자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플라이강원에 구원의 손을 내민 건 PEF(사모펀드) 운용사 ‘JK 위더스’다. 이에 따라 플라이강원도 PEF 운용사 자금을 수혈받는 LCC(저비용 항공사)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둔 플라이강원은 투자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인력 확충과 기재 도입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장 시급했던 자금유치 문제를 수습한 플라이강원 앞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무수히 산적해 있다.
■ 플라이강원, ‘JK 위더스’와 1000억원대 투자 협상 막바지
플라이강원은 PEF 운용사 ‘JK 위더스’와 협상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투자 규모는 약 1000억원대로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형태의 투자다.
두 회사는 지난 27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후 자산 및 회계 실사 등 투자협상을 위한 일련의 과정과 논의를 진행한 후 투자 규모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계획에 차질이 없다면 5월 중순 신주인수계약서(보통주)를 체결한다.
플라이강원은 이번 투자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토대로 인력을 늘리고 기재 도입에 집중해 중국 노선을 포함한 다양한 노선 확장과 지난 3월 개시한 항공화물운송사업 확대 등 사업 계획을 예정대로 실행에 옮길 방침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가 확정되면 1대 주주 변경은 기정사실화된다. 이는 경영난을 헤쳐나가려는 주원석 대표의 확고한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게 플라이강원측 설명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 정상화와 수익창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투자자와 함께 흑자 전환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경영난을 극복하고 강원도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플라이강원이 결국 사모펀드 손을 잡게 된 데에는 수년간 이어지는 경영난을 꼽을 수 있다.
2019년 11월 첫 취항에 성공한 플라이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2020년 317억원, 2021년 15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그리고 2022년 9월 말 기준 자본금 약 158억원, 자본총계 약 –119억원, 부채총계 약 367억원으로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부터 항공여객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항공사들도 운항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플라이강원은 자금난 해소 방안으로 신주발행 형태로 외부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PEF 운용사 합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LCC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투자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자금이 티웨이항공에, JC파트너스 자금이 에어프레미아에 투입됐다.
플라이강원에 대한 시장 예상은 적중했다. 자금 여건이 좋지 않은 플라이강원으로서는 PEF 운용사의 대규모 투자를 토대로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FSC(일반 항공사)가 출자한 항공사와 제주항공을 제외한 상당수 LCC에 PEF 운용사 자금이 대거 투입된 상태다.
그런데 사모펀드라는 게 ‘투자’ 목적이 분명하다 보니 ‘안정성’이 수반돼야 하는 항공업과의 만남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의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투자’라는 목적이 분명해 투자 후 출구전략을 반드시 감안하기 마련”이라며 “안정성이 토대를 둬야 하는 항공업은 수익을 쫓는 기업이 운영할 경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급한 불 껐지만 ‘산 넘어 산’…항공기 확보 시급
플라이강원은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수혈’이라는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수습해야 할 난제는 수북이 쌓여있다.
우선 리스료 체납으로 반납한 항공기 회복이 시급하다.
플라이강원은 ‘보잉 737-800’ 2대와 ‘에어버스 330-200’ 1대 등 총 3대 항공기를 보유했다.
하지만 항공기 리스사가 리스료 체납을 이유로 운항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지난 23일부터 737-800 중 1대가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또한 ‘에어버스 A330-200’ 기종도 랜딩 기어 부품 수리가 필요해 5월 중 정비가 예상된다. 랜딩 기어는 국내에 관련 정비 부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부품 수리가 완료될 때 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상 항공기 1대만 남은 플라이강원은 최근 항공편 지연 및 결항마저 이어지는 상황이다.
플라이강원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에 따르면 △5월 8·10·12·15일 양양~호치민 노선 △5월 9·11·14일 양양~하노이 노선 △5월 10·12·14·15일 양양~나리타 노선 △5월 8~15일 양양~타이베이 노선 등은 항공기 정비에 따른 기재 부족으로 결항이 결정됐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에 진입한 LCC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기재들의 빠른 정상화와 기재 추가 도입, 노선 확대가 이뤄저야 한다. 플라이강원도 이를 위한 준비 과정에 있다.
플라이강원은 중국 민용항공총국(CAAC)으로부터 베이징, 창춘, 웨이하이, 하이커우 4개 노선에 대한 경영허가를 취득한 상태다.
또한 중대형 항공기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도입이 이뤄지면 주간에는 중국, 일본을 오가는 노선에, 야간에는 동남아시아 혹은 휴양지를 오가는 노선에 투입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객 수요 증가로 노선도 확대되고 있는데 항공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항공기 마저 온전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플라이강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항공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있는 노선 확보도 중요하다”며 “LCC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수요를 이끌만한 이점이 있는 노선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