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올 초까지 높게 형성된 시장금리로 이자 이익 증가가 이어진 영향이다. 주춤한 비(非)이자 이익도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실적과 함께 공개된 수익성·건전성 지표가 향후 업황 악화 우려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수익성 둔화는 이미 시작됐고, 건전성도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금융지주들의 경영 전략은 ‘리스크 관리’로 모아질 전망이다.
■ 4대 금융지주 순이익 4.9조원···이자 이익만 10조원 육박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 합계는 4조8991억원으로 전년동기(4조6399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1년 전 세웠던 1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또 경신했다.
KB금융이 1조4976억원으로 순이익 기준 1등 금융지주인 리딩금융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신한금융 1조3880억원 △하나금융 1조1022억원 △우리금융 9113억원 순으로 순이익이 많았다.
4대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견조한 이자 이익에 기인한다. 올 1분기 이자 이익 합계는 9조7197억원으로, 각 금융지주는 1년 전과 비교해 2.0~11.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 호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그동안 증시 부진 등으로 힘을 못 쓰던 비(非)이자 이익이 살아난 것도 호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1분기 비이자 이익이 1조57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7.1% 증가했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의 적절한 대응을 통한 유가증권 매매 이익 시현과 수수료 이익 증대, 안정적 비용 관리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 상생금융·고금리 역풍···수익성 꺾이고 연체율 상승 현실로
금융지주들은 올 1분기도 역대급 성적표를 냈지만, 경영 실적 곳곳에 향후 업황 악화가 예견되는 수치가 포함돼 있다. 수익성 성장세 둔화는 이미 시작됐고, 연체율도 상승하며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먼저 금융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두드러진다. 전분기 대비 NIM은 KB금융(1.99→2.04%)을 제외하고 △신한금융 1.98→1.94% △하나금융 1.96→1.88% 우리금융 1.92→1.91% 모두 하락했다.
금융지주 NIM 하락은 1분기 중 실시한 상생금융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하하면서 신규 취급분을 중심으로 ‘마진’이 줄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고금리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연체율도 상승세다. 은행별 지난해 1분기와 올 1분기 연체율은 △국민은행 0.12→0.20% △신한은행 0.22→0.28% △하나은행 0.16→0.23% △우리은행 0.22→0.28% 등으로 모두 올랐다.
같은 기간 총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NPL) 비율은 금융지주별로 △KB금융 0.31→0.43% △신한금융 0.37→0.47% △하나금융 0.36→0.40% △우리금융 0.29→0.35% 등으로 나타났다.
■ 충당금으로 방파제 쌓은 4대 금융지주···리스크 관리 과제로
금융지주들은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의 절대적 수치가 아직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향후 경기 변동성에 대비한 방파제 쌓기에 나섰다. 금융당국 요구대로 대손충당금을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KB금융은 올 1분기 충당금으로 6682억원을 전입했는데, 전년동기 대비 358.3% 늘어난 규모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89.4 증가한 461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충당금은 각각 3432억원과 2614억원으로 집계됐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미리 적립해두는 돈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걷어들인 이익이 늘어난 만큼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다만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실적에 영향을 준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자 이익이 줄어도, 유가증권 수수료나 방카슈랑스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늘어나 비이자 이익의 기여도도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경기 예측성을 높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