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경매 유예에 상호금융 건전성 '경보음'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최근 전세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사기에 활용된 자금이 상호금융권에서 대규모 담보대출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상호금융권 건전성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지역 전세사기에서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4%에 달한다. 대부분의 피해가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이나 빌라에서 발생한 만큼 시중은행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호금융에서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1705명, 피해 규모는 309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이와 관련된 금융사는 총 131곳인데 일반 시중은행이 2곳에 불과했고 제2금융권이 129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대출금 가운데 은행권이나 상호금융 등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분에 대해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9일부터 전 금융업권에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의 경매와 매각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되면 피해자가 거처를 잃을 것을 우려해서다.
금융감독원이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해 26일 경매가 도래한 25건을 점검한 결과 모두 경매 기일이 연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1일 경매 기일이 도래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택 59건은 55건이 유예됐고 지난 24일과 25일에 경매 기일이 각각 도래한 38건과 30건도 모두 연기됐다.
금융당국 움직임에 전세사기 대출이 집중된 상호금융권도 경매유예를 비롯한 금리 인하 등 금융지원에 나섰다.
새마을금고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경매 진행(예상) 단계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전세대출 이자율 최대 3%포인트(p) 조정 등을 지원한다. 또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자신이 사는 주택을 취득하기 위해 새마을금고 경락잔금 대출을 받는 단계에서는 정부정책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대출 한도를 지원하고, 대출 금리 상승폭을 제한(연간 0.85%p, 3년간 2.3%p)하는 금리상한 대출 서비스를 가입비용 없이 제공해 이자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세론 대출 기한 연장 △신용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등 지원방안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해 온 만큼 정부 대책에 적극 동참하고 새마을금고 자체적으로도 추가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협과 수협도 전세사기 대상 주책에 대한 경‧공매를 유예하고, 이미 진행 중인 경매건에 대해서는 연기를 신청하는 등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 전세대출이 있는 피해자의 이자율을 조정하고,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본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부 정책이 인정하는 범위 내 대출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농협 상호금융도 전세사기 범부처 태스크포스(TF)와 협력해 전세사기 피해 부동산에 대한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중단하고, 매각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전세사기 대출에 따른 부실로 상호금융의 건전성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경매 유예 조치에 따라 채권을 회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할 전망이다. 최근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부실채권을 매각하지 못하게 돼 연체율 관리에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상호금융조합의 연체율은 2.12%로 전년 말 1.40%와 비교해 0.72%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1.61%에서 1.84%로 0.23%p 올랐다.
상호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정확한 대출액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경매 유예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