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이호정 대표(57·사진)가 이끄는 종합상사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신사업 확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빅데이터와 같은 정보통합기술(IT)로 경제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SK네트웍스는 전기자동차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거듭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SK네트웍스가 지난 2021년 언급한 사업형 투자회사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하고 관련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모델을 향상시킨 후 주력사업으로 전환해 투자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회사다.
이호정 대표는 “투자는 모든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기능”이라며 “SK네트웍스의 글로벌 투자사업은 보유 사업과 미래 사업을 연결시켜 회사 가치를 키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신규 사업은 독립적인 사업 모델의 가치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아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시키겠다"고 다짐했다.
■ SK네트웍스,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아 '새 먹거리' 확보에 잰걸음
금융정보 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SK네트웍스 영업이익은 2021년 1220억원, 2022년 1542억원이다.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업이 안정성을 띄고 있다는 얘기다.
SK네트웍스는 1953년 직물회사를 시작으로 SK유통을 합병해 계열사를 현재 렌털사업인 SK렌터카와 SK매직까지 넓혀왔다.
SK네트웍스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9조6664억원 가운데 렌털사업이 약 33%를 차지했다.
SK네트웍스는 주력사업인 정보통신 부문에서 견조한 이익을 내고 있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전략사업인 모빌리티(이동수단)와 가전렌털 사업에서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모빌리티 부문은 2019년 SK렌터카(옛 AJ렌터카)를 인수하고 이익창출력이 크게 늘어나 모빌리티 부문 영업이익이 2017년 773억원에서 2022년 157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렌털계정 증가와 SK계열 편입 후 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가전렌탈 부문도 성장했다. 이에 따라 가전렌탈 부문 영업이익이 2017년 320억원에서 2022년 632억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2021년부터 매출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매출액이 2021년 11조181억원, 2022년 9조6664억원이다. 매출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역할이 부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주목받는 전기차,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투자해 성장동력이 큰 신사업을 확보해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이를 보여주듯 SK네트웍스는 지난해 7월 미국 트랙터 무인자동화 솔루션 기업 ‘사반토’가 진행한 투자라운드에 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사반토는 트랙터의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으로 시장 확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기업이다.
사반토는 전용 트랙터를 구입해야 하는 타사와 달리 기존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트랙터를 자동화할 수 있는 등 글로벌 농업 기술 영역 성장성과 사반토의 차별적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이와 함께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자회사 SK렌터카와 SK매직 기존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갖춘 글로벌 유망기업을 발굴하는 데 260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미국 친환경 대체가죽 기업 '마이코웍스'와 인공지능(AI) 기반 뇌 질환 진단 및 치료 솔루션 업체 '엘비스' 등에도 투자했다.
SK네트웍스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흐름을 관리하면서 위기 관리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신규 투자에도 수익성과 유동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유 포트폴리오 재평가 등을 검토한 신중한 투자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급성장하는 디지털 기술과 블록체인 등 국내외 미래 유망 사업에 투자하고 나아가 기존 사업과 연계하는 선순환 투자 체계를 구축해 ‘사업형 투자 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FN가이드는 올해 SK네트웍스 연간 매출액이 9조5576억원, 영업이익이 1919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전 대비 확충된 현금성자산, 추가 여신한도, 매각 가능 자산 등을 통해 우수한 재무능력을 갖춰 재무안정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SK네트웍스 전기차 사업 집중 육성
SK네트웍스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전기차 완속 충전기 운영 업체 '에버온'에 100억원 규모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802만대로 2021년 대비 71.8% 증가했다. 전기차는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10.2%를 차지한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조7000억달러(약 350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 시장도 지난해 3000억원에서 2030년 2조5000억원으로 약 8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SK네트웍스는 전기차 사업 시장성을 높이 평가해 지난해 8월 국내 민간 급속 충전 1위 업체 '에스에스차저(현 SK일렉링크)'를 인수했다.
SK일렉링크는 전국 1800여개 급속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기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상반기에 완공을 목표로 60여곳에 충전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그룹에서 전기차 충전기 개발·판매 사업을 하는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SK시그넷의 연간 매출액은 2021년 253억원에서 2022년 298억원으로 17.8% 증가했다.
이에 따라 SK일렉링크가 SK그룹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 성장성 등 SK네트웍스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렌탈 사업과 더불어 새롭게 합류한 전기차 충전기 운영 자회사 SK일렉링크 성장을 지원하는 등 보유 사업 전반에 걸쳐 시장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전기차 사업은 SK그룹의 SK시그넷과 SK네트웍스 자회사 스피드메이트, SK렌터카 등 관련 사업이 함께 높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