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쇼크②] 가뜩이나 어려운데, 미중 반도체 갈등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설상가상
미국 반도체 규제에 맞서 중국정부 마이크론에 대한 보복조치 나서자 미국정부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한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투자 많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난감
반도체 업황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시장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혹한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43%나 급증했던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3월 매출은 4년만에 처음 감소로 돌아섰다. 올해 전체로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한 자리수 증가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PC시장이 역대급 침체에 빠져들었고 스마트폰 시장도 하강 흐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침체의 골을 깊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쇼크로 불리는 이번 침체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K하이닉스가 26일, 삼성전자는 27일 각각 성적표를 내놓는데, 현재로선 두 회사 모두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 회사의 반도체 적자규모를 합치면 8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6000억원이라고 밝혔는데, 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선전한 것을 반도체 부문에서 대부분 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분별 실적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 휘말려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시기가 묘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일정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같은 보도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 뒤 국빈이 머무는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동포 간담회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국빈방문이다. FT는 미국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실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하며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이 마이크론에 대해 안보 심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규제수준을 밟자 미국은 중국의 이같은 조치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 중국 반도체 규제에 대한 보복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마이크론이 빠지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한국 반도체 뿐인데, 그 길을 미국정부가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난감하다. 두 회사 모두 “미국의 요청을 듣지 못했다”며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반도체 패권싸움에 휘말릴 경우 자칫 미국의 눈밖에 나고, 중국정부의 보복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이 70조원에 달할 정도로 현재 중국은 반도체업계 입장에서는 중요한 시장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반도체 매출은 31조5039억원, SK하이닉스는 16조3191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이번 윤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삼성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방미 기간 중 반도체와 관련한 모종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사안이 사안인만큼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은 커녕 불똥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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