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88)] 선배 대대장을 찾아가 지휘기법 전수받아(중)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3.04.21 15:22 ㅣ 수정 : 2023.04.21 15:22

위기가 호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면돌파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추진력을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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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유명 관광지인 덕유산 국립공원 입구 [사진=거창군]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짧은 3개월의 ‘94-1기 고급과정(대대장반)’이지만 룸메이트인 정수완 동기와 각별하게 친해지는 12주간의 시간이었다.

 

정 동기가 대대장반 교육 수료후 부임할 남해대대 방문은 적지않은 교훈을 주었고 우리는 진해 인접의 다른 선배의 대대도 찾아가 장단점을 분석하고 밴치마킹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번에는 거창대대를 찾았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63~165)] ‘벤치마킹은 창조적 성공의 지름길’참조)

 

거창은 신라 때는 거열군(居烈郡)이라 불렀고, 거타, 거열 등의 이름이 음운상 유사성이 있어 자타국이라는 나라가 여기 있었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현재 사용하는 이름인 거창군은 통일신라 경덕왕이 전국 지명 한화정책을 시행할 때 지은 이름이다.

 

이곳은 경남 서북부의 백두대간 자락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산에 둘러싸인 산간분지 지역이며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3대 국립 공원 사이에 자리잡아 자연 경관이 수려하다. 덕유산 국립공원과 가야산 국립공원이 이 군에 걸쳐 있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백제, 가야 세 나라의 접경지역이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으며, 뺏고 뺏기는 전투가 삼국 통일 전까지 계속해서 있었다. 이후에도 김천, 대구, 함양 및 전라북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통영-대전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함양으로 그러한 이점이 많이 넘어간 상태이다.

 

6.25남침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인 거창 양민 학살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거창군에는 ‘거창사건추모공원’이 존재한다. 이외에 수승대, 월성계곡, 금원산 등의 관광지가 있다. 수승대에서 월성계곡 쪽으로 가는 도로 옆으로 보이는 계곡 풍경이 정말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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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창대대를 위문 방문한 거창군 직원들과 현역 간부들이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거창군] 

 

■ 김종업 선배, ‘지휘는 기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품으로 하는 것’

 

거창 대대장인 김종업(육사36기) 선배는 사관생도 시절부터 탁월한 리더십으로 선후배간에 사랑과 존경을 듬뿍 받으며 동기회장 등 요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었고, 필자와는 육사에서 같은 생활관의 선배로서 지도를 받았고 현재까지도 각별하게 지내고 있다. 

 

대대장 근무 2년차에 접어든 김 선배는 당시의 사조직 관련 소동과 총기오발 사건 등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마침 정수완과 김종완 동기가 함께 동행하여 위로도 해드리고 회포도 풀겸 거창골짜기를 찾았는데 우리는 그의 의연한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성공적인 대대장을 어떻게 해야되냐?는 우리들의 질문에 그는 “지휘는 기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말고, 더 잘보일려고도 말고, 건강하게 즐기면서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해라”라며 찾아간 우리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조언을 해주었다.

 

게다가 “사향은 아무리 보자기로 싸도 냄새가 나며, 송곳은 호주머니 속에 넣어도 튀어나오는 법(囊中之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신은 선택한 자에게 시련을 주신다고 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위기가 호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면돌파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추진력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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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수련하는 김종업 선배와 그의 저서인 ‘보통사람, 나를 찾다’와 ‘골프, 도를 만나다’ [사진=김희철]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대범함이 돋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큰 바다는 맑고 흐린 물을 버리지 않고 모두 받아드린다는 명언 ‘대해불기청탁(大海不棄淸濁)’이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김종업 선배는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마산고, 육사를 거쳐 멋있게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대령으로 예편했다. 군 생활 내내 ‘선도수련’으로 일관하여 예편과 동시에 기를 실천과 학문으로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골프, 도를 만나다’를 필두로 ‘보통사람, 나를 찾다’ 등 많은 ‘기(氣)’관련 책을 저술했으며, 가천대, 명지대 등에서 ‘명상’과 ‘단전호흡’이라는 과목으로 10여 년간 강의했다. 현재는 사단법인 ‘도나누리’의 이사장으로 개량한복 껍데기를 즐겨 걸치며 많은 제자들이 찾아와 수련하는 ‘기’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대장반 교육을 받으며 남해 대대와 거창 대대를 방문했을 선배 대대장들은 후방인 2군지역에 근무하면서 느낀 지휘 및 상하급 관계에서 지저분한 비합리성에 대해 똑같이 언급했다.

 

헌데 사관학교에서 ‘안일한 불의 길보다 험란한 정의의 길을 걷는다’라는 사관생도 신조를 외치며 각인됐던 두 선배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상이했다. 남해의 장 선배는 정면으로 도전하며 그것을 맞부딪혀 극복하려 했고, 거창의 김 선배는 그 것 마져도 포옹해 버렸다.

 

당시 후방지역의 흐트러진 분위기 속에서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관료로서 썩어 문드러지는 군의 한 측면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꿋꿋이 나름대로 바르며 특색있게 추진해나가는 두 선배의 모습에서 고독과 강한 투쟁의식을 감지했다.

 

특히 지역 주민, 기관장들과 원활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김 선배의 능력과 배포는 정말로 높이 살만 했고, 후배들이 찾아왔을 때 무엇인가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줄려는 지혜와 여유를 가져야 함을 다시 한번 더 느꼈다. (하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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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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