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에너지 이어 설탕까지 들썩, 심상찮은 국제원자재가격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갑작스런 감산결정에 따라 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의 원료인 설탕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1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27.0으로 올해 1월(116.8)에 비해 약 9% 올랐다. 최근 6개월간 변동을 보면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108.6에서 11월 114.4, 12월 117.2로 상승했고, 올해 1월 116.8로 하락했다가 다시 2월(125.2)부터 뜀박질을 시작한 것이다. 올해 3월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지수와 비교해 약 17% 높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설탕 5월 선물가격은 톤당 702.5달러를 넘어섰다. 설탕 선물가격이 7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1년이후 12년만에 처음이다. 파운드당 가격은 ICE선물거래소에서 14일(현지시간) 기준 23.46달러로 코로나 초기인 2020년 4월과 비교하면 거의 1.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설탕가격이 지난 2월이후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인도, 태국, 중국 등 산지에서의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 크다.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연말까지 설탕 산지생산량이 작년보다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탕가격 인상은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등 설탕을 원료로 하는 제품의 가격 연쇄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했을 때 그 여파로 국내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사례가 있었다.
국제원유 가격도 심상치 않다. 미국, 유럽 등 주요선진국의 경기침체 여파로 국제유가는 연초이후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지만 OPEC+가 기습적으로 감산을 결정하면서 7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모두 나란히 80달러대로 껑충 뛰었다.
16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향후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향후 국제유가는 이러한 상방 압력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여타 요인의 전개 양상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럽 천연가스 수급 차질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공급 불안 등이 석유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국제원유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민간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이사는 “만약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된다면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독일, 프랑스 등 국내 석유자원이 없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차노프는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에너지의 75% 이상을 수입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며 유가 급등에 따른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실제로 100달러 넘어설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가게 되면 생산국들이 다시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이 때문이다.
한편 국제 원자재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급속도로 올랐다가 작년말부터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올들어서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세청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대 에너지(석탄‧석유‧가스)의 수입 증가액(785억달러)은 같은 해 무역적자(477억8000만달러)의 1.64배에 달했다. 이는 연간 총수입 증가액(1163억 달러)의 67.5%에 이르는 규모여서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라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