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급여 지원 위한 '약제비 환수환급법' 27일 ‘국회통과’ 될까…‘콜린제제’는 소급적용 안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약제비 환수환급법이 법제화 될 것을 놓고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법은 치매 약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처방돼 건보재정에만 부담을 주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제제)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정부가 지난 2020년 급여 비중을 축소하자 이에 불복해 콜린제제 판매 제약사 약 80여 곳이 소송을 낸 상황이다. 정치권 내에선 약제비 환수환급법이 통과돼 제2의 콜린제제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약제비환수환급법 최초 발의한 남인순 의원실, "급여 축소로 확보한 건보재정을 항암 분야 급여 확대에 써야"
14일 약학계에 따르면 콜린제제는 해외에서는 간강기능식품(건기식)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치매 예방을 하고자 한다면 환자가 콜린제제를 약국에서 구매해 복용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이 가능하다.
치매 예방에 큰 효능이 없는 의약품임에도 동네의원에서 콜린제제를 처방받으면 약제비의 30%는 환자가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70%를 부담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보건당국이 콜린제제의 약제비를 환자 부담 80%로 올렸다. 굳이 효능이 없는 의약품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게 온당하지 않다는 이유다.
이는 제약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비급여 의약품일 경우 환자의 약제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의사는 처방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 환자 입장에서도 약값이 비싸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급여 등제로 건보공단의 지원을 받으면 약 처방과 구매가 쉬워지게 된다.
콜린제제는 지난 2007년 급여 항목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의 처방 실적만 1조4345억원에 이른다. 약 80여 개의 제약사가 콜린제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의약품 처방통계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대웅바이오의 콜린제제 ‘글리아타민’은 지난해 3분기 누적 837억원의 처방이 이루어졌다.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은 722억원이다.
이런 상황에 급여 부담이 20%로 축소되면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제약사들은 급여 축소 집행 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집행 정지 소송에서 제약사들이 승소한 상황이라 3심까지 가능 동안 콜린제제의 급여 부담은 70%가 유지된다. 적어도 3년간은 지금과 같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같은 계열인 ‘옥시라세탐’이 급여 적용이 취소된 상황이라 콜린제제로 제약사들이 매출을 올리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약제비 환수환급법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법이다. 급여축소 집행정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제약사들이 축적한 이익을 정부가 승소 시 환수할 수 있게 했다. 만일 정부가 패소한다면 급여 차익을 제약사에게 돌려 줄 수도 있다.
이 법은 현재 타 법안과 함께 국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장) 의원이 대안 입법으로 발의했다. 13일 임시국회 표결 법안으로 부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불발됐다.
약제비 환수환급법을 최초 발의한 남인순(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실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콜린제제는 약효가 매우 적은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급여 혜택으로 제약사의 매출만 올려줬다”면서 “급여 축소로 확보한 건보재정을 통해 항암 분야에 급여를 확대해 도움이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예산을 쓰게 하려했지만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약제비 환수환급법이 오는 27일 국회통과된다고 해도 콜린제제는 이법에 적용받지 못한다. 남 의원실에 따르면 소급적용도 가능할 수 있게 법을 만들려고 했으나 여유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구조상 급여 축소‧취소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제약사는 많아질 것”이라면서 “약제비 환수환급법이 법제화 될 경우 건보 재정이 허무하게 낭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