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로 벌어졌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예상된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7일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참혹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이 매출 63조원과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59%와 86.08% 감소했고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19%와 95.75%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 못 미친 건 14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실적 부진 배경에 대해 IT(정보통신) 수요 부진 지속으로 부품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잠정실적이니 만큼 사업별 세부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통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해온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예상보다 심각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 ‘상저하고(상반기에는 저조하고 하반기에는 고조되는 현상)’ 전망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여전히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내외적 불확실성 해소 기미가 뚜렷하지 않아 올해 하반기에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만 할 상황도 아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량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하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삼성전자는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갖춘 상태”라며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시험생산) 비중 확대외에 추가 공급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메모리 생산량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산은 수급 균형과 반도체 가격 하락 방어로 이어진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더욱 공격적인 감산을 이행할수록 반도체 가격 하락폭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업황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출하 증가세와 맞물리는 2분기까지 실적이 낮아지겠지만 감산 효과가 본격화될 3분기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에 강한 DNA’, 그리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위축 우려가 큰 시장 상황에서도 삼성전기 실적을 전년 대비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해결사’ 기질을 통한 빠른 반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