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LX·포스코그룹, 美 IRA 세부지침에 휘파람 부는 이유는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LG그룹과 LX그룹, 포스코그룹이 최근 확정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지난달 31일 확정된 IRA 세부지침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확정된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 부품 50% △미국 및 자유무역협정(FTA)체결국에서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은 40%를 사용해야 IRA 보조금(7500달러)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FTA 미체결국에서 채굴한 핵심광물(니켈, 리튬 등)을 FTA체결국(한국 등)에서 가공해 50% 이상 부가가치를 만들면 IRA 보조금을 수령한다.
이번 확정안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마지막 항목이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FTA 미체결국에서 광물을 수입한 후 미국 및 한국에서 이를 가공해 양극재를 생산한 다음 이를 미국 기업에 공급하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이에 따라 LG화학(대표 신학철)은 향후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니켈을 확보한 후 이를 활용해 양극재를 제조해도 IRA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범(凡) LG그룹 일원인 LX인터내셔널(대표 윤춘성)은 인도네시아에서 광물 사업을 추진하는 데 따른 불안도 사라진 셈이다.
포스코그룹도 마찬가지다. 포스코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FTA 미체결국 아르헨티나에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통해 리튬 추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이 이 리튬을 활용해 한국 및 캐나다 공장에서 양극재를 생산하면 IRA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 LG화학, 美 최대 양극재 기업으로 입지 굳혀... LX인터내셔널, 신규사업 기대감 커져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테네시주(州) 클락스빌(Clarksville)에 4조원 가량을 투자해 미국 최대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공장은 170만여㎡(약 51만평) 부지에 연산 12만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다. 이 공장은 2025년 준공돼 양극재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이 같은 대규모 양극재 공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업계 관심은 LG화학의 원재료 조달 경로에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만 해도 IRA 세부지침 요건이 발표되지 않았으며 FTA 체결국에서 원재료를 조달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결국 기우로 끝났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광물을 확보한 후 한국 등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하면 관련 제품에도 IRA 혜택을 적용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입장을 명확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LX인터내셔널·포스코홀딩스·화유(중국 기업) 등과 LG컨소시엄을 꾸려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2100만t 규모로 세계 1위이며 전세계 니켈 매장량의 22%를 차지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2021년 약 100만t을 생산해 전세계 생산량 가운데 37%를 거머쥐었다. LG컨소시엄과는 별도로 LX인터내셔널도 니켈 확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기업과 여러 건의 광산 투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활짝 열려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LX인터내셔널은 니켈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포스코퓨처엠-포스코홀딩스 시너지 본격화
양극재 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대표 김준형)도 이번 IRA 세부지침 확정으로 광물 수급 걱정을 덜었다.
포스코홀딩스(대표 최정우)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탄산리튬을 생산한 다음 이를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으로 최종 가공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 공장을 올해 착공해 2025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수산화리튬은 주로 고(高)밀도·고용량을 필요로 하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즉 최종 가공을 마친 수산화리튬은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를 생산하는데 직접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수출하면 IRA 세부지침에 따른 수혜도 얻을 수 있다.
한편 이번 IRA 세부지침은 이달 18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