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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88)

방산수출 확대하려면 대표적 방산전시회인 ‘서울 ADEX’와 ‘DX KOREA’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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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3.22 14:24 ㅣ 수정 : 2023.03.22 16:36

범정부 차원에서 해외 주요 인사 초청 기획하고 균형된 전시회 지원과 성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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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종료된 호주 아발론(Avalon) 에어쇼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 강구영 KAI 사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오른쪽 첫 번째), 아그하 말레이시아 공군참모총장(왼쪽 첫 번째), 사리퐁 태국 공군 고문위원장(공군 대장, 왼쪽 두 번째) 등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KAI]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산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국제적 규모를 가진 방산전시회를 국내에서 개최하거나 해외 방산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무기체계는 정부나 군이 수요자이고,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방산전시회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 참여하는 정부나 군의 주요 인사들이 전략물자인 무기거래를 승인하는 ‘의사결정자’이자 ‘고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서울 ADEX’와 ‘DX KOREA’라는 2개의 대표적인 방산전시회를 격년 단위로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회들은 전시 규모, 국내외 주요 인사 참석, 참가 방산업체 및 참관객 수 등의 측면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비행팀(블랙이글스) ‘에어쇼’와 지상무기체계의 ‘화력 시범’ 등은 우리나라 방산전시회의 또 다른 매력이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소통 창구 돼 해외 인사 초청 기획해야

 

방산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케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며, 방위산업의 특성상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방산전시회는 공식적이고 효율적으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도구이며, 국내에서 개최할 경우 정부와 전시회 주관 조직 간 소통이 원활하면 고객과의 접점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보다 방산수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할 요소 중 첫 번째가 고객과의 접점에 해당하는 해외 주요 인사 초청이다. 우리 무기체계에 관심이 있는 나라를 식별하고 그 나라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를 제대로 찾아내 초청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일이 정확히 이루어지려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소통 창구가 돼 직접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재로선 지난해 국방부에 신설된 ‘방위산업수출기획과’가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종료된 호주 아발론 에어쇼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의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KAI의 강구영 사장(예비역 공군 중장)은 다양한 비행 경험을 가진 공군 조종사 출신이다. 그가 직접 홍보에 나선 KAI 부스에 호주 출장 중인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이 들렀고, 이때 마침 최근 FA-50 수출이 성사된 말레이시아의 공군참모총장과 이미 FA-50을 운용 중인 태국의 공군 대장이 부스를 방문했다. 

 

우연히 만들어진 상황이지만 T-50 개발에 시험비행 조종사로 참여했던 예비역 장군이 사장인 업체 부스에 FA-50 수출이 이루어진 나라의 공군 최고위급 인사가 방문한 데다, 이번 전시회에 출장 기간을 맞춘 우리 공군참모총장이 만나 한자리에서 FA-50 운용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KF-21과 수리온 등 다른 기종에도 관심을 보이는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영국 상무관 역할 벤치마킹해 수출 목적에 맞는 치밀한 기획 필요

 

이것이 바로 전시회 효과이다. 해외 주요 인사 초청이 범정부 차원에서 잘 기획될 경우 방산전시회가 수출 성사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 장면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가장 잘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국제통상부 산하에 방산수출지원본부를 두고 수출 대상국에 ‘상무관(Overseas Defence Specialists)’을 파견해 방산전시회의 기획부터 후속 지원 및 계약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상무관은 해당 국가의 무기 소요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를 식별하고 그의 관심 분야를 확인한 다음 자국 방산업체와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외국 주요 인사가 영국 방산전시회를 방문할 경우 해당 국가의 상무관이 전시회 현장에서 업체와의 교류 기회를 마련한다. 게다가 방산전시회 이후에도 접촉한 인사에 대한 후속 마케팅 활동을 관리하고, 계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을 지원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국방부, 육·공군, 방위사업청, 방산업체 등이 각자 나름대로 판단해 요청하는 국가의 관련 인사들을 종합해 초청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초청 목적도 방산수출이 아닌 군사외교에 맞춰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제라도 영국의 경우를 벤치마킹해서 국방부가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국방무관, 방산협력관, 코트라 직원 등을 활용해 방산수출에 목적을 두고 치밀한 기획이 이뤄져야 한다. 

 

균형된 전시회 지원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성과 평가 수행돼야

 

정부가 지원할 두 번째 요소는 균형된 전시회 지원과 성과 평가이다. 현재 방산전시회는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한다는 원칙이 세워져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예산 등 일정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 ADEX’와 ‘DX KOREA’의 지원 범위와 규모가 달라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방산전문가들은 “주요 수출품목이 지상무기임에도 현재 정부 지원은 항공무기 주도의 전시회에 비중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서울 ADEX’의 경우 국방부·공군이 후원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등이 주최하며 항공무기로 시작해 지상무기까지 포함하는 대형 전시회로 발전했으나, ‘DX KOREA’는 육군이 후원하고 육군협회가 주최해 국방부 지원조직도 없고 예산 배정도 훨씬 미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 ADEX’는 항공무기 전시와 에어쇼에 초점이 맞춰져 국내업체의 수출보다 해외업체에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방산전시회의 성과 평가 또한 ‘서울 ADEX’와 ‘DX KOREA’의 경우 국방부나 육군에서는 행사 지원이나 군사외교 측면에서 성과를 종합하고 있고, 주최·주관하는 협회 등에서는 행사 운영 측면에서 자체적인 성과를 종합하고 있다. 즉 정부 차원의 방산수출 성과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부가 주관하는 전시회들은 ‘전시산업발전법’에 의거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서 종합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이제 방산전시회도 산업부의 전시회 평가체계를 참고해 객관적인 제3자에 의한 전문적인 성과 평가가 적절히 수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전시회가 효과적으로 발전하고 방산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 차원의 지원과 성과 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최·주관하는 조직들이 전시회 발전을 통한 방산수출 확대보다 자체 이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방부는 방위산업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경남 창원의 방위산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6대 신산업에 방위산업을 포함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방산수출 시장 점유율을 세계 5위권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방산수출 의지가 ‘서울 ADEX’와 ‘DX KOREA’ 등 방산전시회에 대한 지원 강화에서부터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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